ADVERTISEMENT

출판계 이상기류… 전집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불황의 돌파구 찾아 과열경쟁>
하한기의 불황을 앞둔 출판계는 이의 활로로서 전적으로 월부외판에 의존하는 호화판 전집 물에만 열을 쏟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열되어 가는 이러한 이상기류적 전 집물 「붐」은 최근 두 일류출판사가 같은 내용의 방대한 전집으로 경합까지 벌여 출판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있다.
이번 여름철을 앞두고 출판된 전집 물들은『한국수필문학전집』(8권·신구문화사)「드골」회고록『야망의 세기』(7권·문조사)『세계문장대백과사전』(5권·삼중당)『세계단편문학전집』(10권·삼진사)『대세계사』(18권·현암사)『대 세계의 역사』(12권·삼성출판사) 『일본제국의 붕괴』(5권·규문사) 등 10여종이다.
이들 전집 물들은 예년보다 값이 비싸지고 규모가 훨씬 대형화한 호화판으로 흐르고있다.
대부분 월부외판에만 의존하는 전집 물이 차차 호화로운 장정에 방대한 규모로 되어 가는 것은 우선 독자들의 눈을 끌고 장식용으로도 맞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요즘의 전집 물들은 지금까지 문학류 일변도에서 점차 역사물이 눈에 띄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인의 교양서로서도 바람직한 것이며 아직까지 미개척분야인 역사물 전집의 등장은 독자들의 관심이 차차 문학류에서 역사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최근 발간된 『대세계사』와 『대 세계의 역사』의 경합도 바로 이러한 역사물에 대한 독자의 인기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슷한 내용의 출판물이 경합한다는 것은 불황과 좁은 독서시장 안에서 두 출판사가 같이 피해를 보게 되며, 또 경쟁으로 책을 성실치 못하게 만든다면 결과적으로 독자만 피해를 보게되는 등 결코 바람직한 것은 못 된다.
6월 7일 1회 배본 6권을 내놓은 현암사의『대세계사』는 국판 전18권에 내용과 화보를 겸한 세계사를 엮었고 이보다 1주일 늦은 삼성출판사의 『대 세계의 역사』는 사육 배판 전12권에 화보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체의 세계사를 엮고있다.
『법전』『동양의 명저』등 국학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현암사 측은『대세계사』의 출판이 창립20주년기념으로 2∼3년 전부터 기획해왔다고 주장한다.
『한국여류문학전집』등 문학위주에서『세계의 여행』 등 생활과 직결되는 기획 물로 방향을 바꾼 삼성출판사 측도 창립20주년기념(등록은 64년 3월 24일)으로『대 세계의 역사』에 출판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투입했다고 주장한다.
출판물의 경쟁은 해마다 겪는「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의 예는 제쳐놓고라도 69년 계몽사와 성음사의 『광복20년』경쟁은 너무도 유명했다. 또 『대한제국』(신 태양사)『대한백년』(삼성출판사)의 경쟁, 『한국대표문학전집』(삼중당) 『신한국문학전집』(어문각)『한국장편문학대계』(성음사)의 경쟁 등 이제까지 수없이 많았다.
출판물의 경쟁은 그것이 선의의 경쟁이라면 독서인구를 넓힐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좋게 받아들여 질 수 있다. 그러나 과열경쟁으로 각기 특색을 잘 살리지도 못하고 시간에 쫓겨 질만 나빠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출판인들은 말한다.
『대세계사』 와 『대 세계의 역사』의 경우도 경쟁으로 각기 여름철에 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게된 두 출판사는 판매에서도 독자들의 눈을 끄는 선심공세를 펴고있다.
현암사 측은 18권외에 3장의 명곡「디스크」와 세계명화 15점을 독자에의 「서비스」로 내 걸고 있는 반면 삼성출판사 측은 7월말까지 예약자에 한해 6천 원의 할인과 4천원 짜리 『현대용어백과사전』을 「보너스」로 내걸고 있다.
이러한 과열경쟁으로 인한 파격적 할인은 독자에게 출판물의 정가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해 결과적으로는 출판물 전체의 판매에도 피해를 보게되는 것이다.<이영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