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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 "조용한… 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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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법부의 위헌 심사 권을 크게 제한한 「법원조직법 59조 1항 단서」와 동 법 부칙3항이 위헌이라는 대법원의 판례는 조야 법조계의 큰 관심을 모으고있다.
대법원에서 현행 법률이 헌법에 저촉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은 제3공화국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조야 법조계에서는『혁신적인 판례』라고 보고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국가배상법·사회단체 등록에 관한 법률 등 위헌조항여부의 논란이 많았던 구체적인 사건을 재판해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위헌판결과 같은 내용의 판결을 내리면서도 『헌법위반』이라고는 못박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70년 8월 법개정 당시부터 『사법권 독립성을 침해하는 위헌요소가 짙다』는 이유로 대한변협 등 재·야 법조계의 거센 반발을 받았던 「법원조직법 59조 1항 단서」의 위헌판결은「국가배상법 2조 1항 단서」가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할 관문이었다.
재야 법조계는「국가배상법 2조 1항 단서」에 대한 위헌여부판단에 앞서 「법원조직법」 의 적용여하가 전제조건이 됐다고는 하나 이 조항의 위헌 판시는 자업자득의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법 개정당시부터 정부·여당이 국가배상법·징발법 등 위헌의 논란이 많은 관계법률조항에 대한 위헌판결을 막기 위해 대법원의 위헌심사의결정족수를 엄격히 제한한 것이며 소수의견이 다수의견을 지배하는 결과가 된다고 반대투쟁에 나섰었다.
당초 대법원 판사 3분의 2의 출석과 출석판사의 과반수찬성으로 결정했던 대법원의 위헌심사 의결정족수를 『3분의 2의 출석과 출석판사 3분의 2의 찬성으로 결정한다』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중 개정법률안은 사법부기능의 약화여부가 달려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데도 공청회 한 번 없이 사전에 국민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채, 그것도 여당의원만의 국회법사위에서 통과됐을 뿐 아니라 대법원 자체에서도 자신의 기능에 관련된 문제에 신중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개정안이 마련된 것은 여러 가지로 납득되지 않는 점으로 지적되어왔다.
대법원이 이 같은 법원조직법에 위헌판결을 내린 근본이유는 『법관의 과반수로써 재판한다는 것은 재판의 근본원칙이다』라는 점에 두었다.
대법원은 이 조항에 대한 위헌판결 이유에서 『법원의 위헌 심사 권은 사법권에 의하여 입법부가 헌법에 위반하여 제정한 법률의 적용을 거부함으로써 위헌 입법을 억제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사법권과 입법권이 균형을 갖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헌법의 근거 없이 법원의 위헌 심사 권은 제한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문제의 법원조직법조항과 가장 관련이 짙은 헌법조항은 102조(위헌·위법여부 심사권)로 『①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될 때에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갖는다. ②명령·규칙·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의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될 때에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갖는다』고 밝히고 있어 특별한 제한 없이 「과반수의 일반원칙」에 따라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규정했고, 이에 대한 예외일 때는 정당해산명령판결(헌법 103조) 등에서와 같이 헌법 자체에서 합의정족수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대법원은 해석했다.
재판부는 또 법원조직법 59조 1항 단서를 적용한다면 대법원 판사 16명 전원이 출석하여 합의하는 경우 헌법(103조)에서 제한한 정당해산의 판결은 10명의 찬성으로 할 수 있는데 헌법의 제한이 없는 법률 등의 위헌판결은 11명의 찬성이 있어야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삼권분립의 제도를 채택한 헌법의 근본정신으로 보아 헌법 자체 또는 헌법의 근거 없이 법률로 법원의 위헌 심사 권을 제한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위헌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 이 조항에 대한 위헌판결에서는 대법원판사 전원의 3분의 2가 넘는 11명이 찬성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것도 국가배상법위헌판결 9명 찬성)에서 보다 두드러진 점으로 주목을 끌었다.
다수의견에는 주심판사인 나항윤 판사를 비롯, 손동욱·김치걸·사광욱·방순원·홍순엽·한봉세·홍남표·양병호·민문기·김영세 판사가 일치된 견해를 보였고 민복기 대법원장과 양회경·이영섭·주재황·유재방 판사 등 5명이 반대했다.
(국가배상법의 위헌판결은 손동욱·김치걸·사광욱·양회경·방순원·나항윤·홍남표· 유재방·한봉세 판사 등 9명이 찬성, 민복기 대법원장·홍순엽·이영섭·주재황·김영세·민문기·양병호 판사 등 7명이 반대)
위헌판결을 반대하는 소수 의견은 헌법 97조에서『대법원에 부를 들 수 있다』고 규정해놓았지만 법원조직법에서『합의심판은 헌법 및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과반수로써 결정한다』고 그 합의절차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심사에 있어서도 보다 신중하게 하기 위해서는 법률로써 제한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법사위에서도 의회가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자로서 제정한 법률에 대해 그 가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주권의 최고성과 모순되어 의회가 아닌 다른 기관이 의회의 입법에 다른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실제에 있어 사법부가 입법을 하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로 정족수를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 제안이유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론은 사법부의 위헌 심사 권을 부인하는 것으로 헌법에 사법부의 위헌 심사 권을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은 미국의 경우에도 연방대심원은 판결을 통해 『헌법은 법률에 상위 하는 근본 또는 최고 법임을 인정한다면 법을 해석·적용하는 사법부가 헌법에 저촉되는 법률의 적용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은 그 권한이며 임무다』라고 선언했다. 「사법부의 조용한 혁명」으로까지 평가되는 이번 위헌판결은 위헌 심사 권의 정족수를 단순과반수로 확정해 놓았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위헌판결을 하지 않는다는「사법자제주의」 경향의 분위기에 새바람이 일게된 것은 틀림없을 것 같다.

<6백건 10억 원 계류 배상청구제한 조항>
지난 67년 3월 공포 시행된「국가배상법」가운데 2조 1항 단서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져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본 군인·군 속의 피해자는 누구나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되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군인·군 속에 의한 국가상대의 손해배상 청구사건은 6백여 건에 청구액 만도 10억 여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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