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 발길 끊으니…서교동·연남동에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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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中 '여유법' 이후 관광기념품점 폐점 속출…중국인 관광객 발길 뚝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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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외국인 전용 인삼 판매점. 매장을 둘러본 외국인 관광객들이 버스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민동훈 기자

23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잔다리로 인근 외국인 전용 관광기념품 판매점. 이른바 유사 면세점으로 불리는 매장들이 몰려 있는 이 도로에는 관광버스가 3대만 주차해 있었다. 평상시 수 십 대의 관광버스가 수 백 명씩 관광객을 쏟아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관광객 수 십 명이 간간히 매장을 찾았을 뿐 중국인 관광객은 보기 힘들었다.

이곳에서 노점을 하는 최모(71)씨는 "지난 달만해도 관광버스 수 십 대가 한꺼번에 몰려 교통지옥이 따로 없었다"며 "하지만 이달 들어선 무슨 일인지 하루에 버스가 10대도 채 안 온다"고 말했다.

한류 관광 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서울 마포·서대문구 일대 외국인 전용 관광기념품 매장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자국민들을 상대로 초저가 패키지 해외여행을 금지하는 '여유법'(관광법)을 시행하면서 그동안 이곳을 관광코스에 넣어 쇼핑수수료를 챙겨온 한국 여행사들이 발길을 뚝 끊었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 백화점과 면세점 업계는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증가하는 등 여유법 시행에 따른 여파가 크지 않은 모습이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여유법은 비상식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단체여행 상품을 규제하는 것이어서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진 않는다"며 "당분간 전체 중국인 관광객수는 줄겠지만 개별적으로 한국을 찾은 여행객들의 쇼핑 단가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中관광객 70∼80% 급감 '썰렁'…폐점도 속출=이달 들어 마포구 서교동 일대 유사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수는 종전의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B화장품 판매점 관계자는 "매년 10월초 국경절이면 매장이 발디딜 틈 없이 중국 관광객들로 붐볐다"며 "그러나 여유법 시행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은 사실상 발길을 끊고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간간히 찾아오고 있지만 구매력이 큰 중국인 관광객의 빈 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중국인 관광객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벌써 폐점한 유사 면세점도 나오고 있다. 마포구 서교동의 C기념품 판매점 관계자는 "중국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 매장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이미 길 건너 매장은 폐업을 했고, 연남동에만 폐장 매장이 3∼4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외국인 전용 관광기념품 판매점은 주로 건강식품과 화장품,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부가가치세 전액을 면제받을 수 있어 유사 면세점으로도 통한다. 도심과 가깝고 인천공항으로 이동이 수월한 마포구 서교·연남·성산동 일대,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에 수 십개 매장이 밀집해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3∼4년전부터 본격적으로 매장수가 불었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비싸게 파는 등 '바가지 관광'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원성을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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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을 닫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외국인 전용 화장품 판매점. /사진=민동훈 기자

◇백화점·면세점 "타격없다…매출 오히려 늘어"=반면 대형 백화점.면세점 업계는 국경절 연휴(10월 1∼7일) 이후에도 중국인 쇼핑객 수나 매출이 급감하지 않은 모습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이달 8∼22일 중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8% 늘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도 이달 8∼22일 중국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압구정 본점 옆에 강남관광정보센터가 문을 연 이후 중국인 방문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대부분 개별 자유여행을 온 관광객들로 고가의 명품이나 화장품, 의류 등을 사간다"고 말했다.

면세점도 아직까지 큰 타격은 없어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국경절 이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신라면세점은 30% 각각 성장했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여유법 시행 이후에도 방문객 수가 10% 더 늘었다"며 "한동안 패키지 단체여행객은 줄겠지만 이들이 안 온다고 해서 전체 매출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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