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숙한 바이올린, 완숙한 피아노 … 놀라운 그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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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셔는 미모를 간직하는 비결을 묻자 “물을 많이 마시고 햇볕이 쨍한 날에 선글라스를 쓰는 정도”라고 답했다. [사진 빈체로]

조숙한 천재, 겸손한 팔방미인이라고 해야 할까. 독일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30)는 재색(才色)을 겸비한 스타 음악가다. 10대에 바흐 음악을 완벽하게 이해한 음반을 녹음한다거나, 하루 저녁 음악회에서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이어 연주하는 그의 능력은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에게도 놀라운 경지다.

 피셔는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동시에 배워 두 악기가 지닌 성격을 혼합하는 특출한 표현력을 키웠다. 선율악기인 바이올린의 감성에 다성적이며 객관적인 피아노의 지성을 더해 균형미가 생명인 고전음악에 일가를 이뤘다. 무대에 서면 연예인 못지않게 밝게 타오르는 자태에 완벽주의자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정작 자신은 “최선을 다할 뿐, 음악에서 완벽이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미하엘 잔데를링이 이끄는 드레스덴 필하모닉과 함께 첫 내한 연주회를 앞둔 율리아 피셔를 e-메일로 만났다.

 -하늘이 내린 음악가라지만 곤혹스러웠던 시절도 있었을 법 한데.

 “2010년쯤 바이올린과 피아노 둘 다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악기를 연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잠시 흔들렸다. 그 뒤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이해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열 곡을 피아노 소나타 서른두 곡으로 알아갔다. 그렇게 하는 게 편했다.”

 -하나도 배우기 어려운데 악기 둘에 완숙하다는 건 경이롭다.

 “오래 전에는 음악가들이 여러 악기를 훈련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어보는 것, 연주할 수 있고 원하는 걸 피아노로 연습해 보는 것은 취미이자 특권이다.”

 -브람스 협주곡을 연주하는 당신만의 비결이 있다면.

 “브람스의 곡은 지적이면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멜로디 조직을 갖고 있다. 나는 피날레(마무리하는 악장)에서 집시 스타일의 론도(춤곡)를 쓰면서 거칠고 빠르게 몰아간다.”

 -음악계에서는 힐러리 한(32)·재닌 얀센(35)과 더불어 당신을 21세기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트로이카라 부른다.

 “어쩌다 공연장이나 무대에서 만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몰랐다. 차 안에서 우연히 그들의 음악을 듣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율리아 피셔 & 드레스덴 필하모닉 내한 공연=29일 오후 8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브람스 교향곡 4번. 3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그너 ‘로엔그린’ 3막 전주곡·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02-599-5743.

내한 연주회 앞둔 율리아 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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