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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이용 몇 달씩 줄 서는데 … 22곳이 적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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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대병원은 최근 교수들의 선택진료(특진) 수당을 30% 삭감한다고 통보했다.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일방적 통보였다. 10~12월 석 달만 시행하되 월 100만원까지만 삭감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연간 선택진료비 수당은 240억원인데 이 중 30%가 깎인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8월 말 토요진료를 시작했다. 토요진료는 10여 년 만이다. 환자 서비스 확대 취지도 있지만 경영난 타개 목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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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등 7% 올랐는데 수익 는 건 1.4%뿐

 불황 탓에 환자가 줄고 초음파 검사 건강보험 적용 등의 제도 변화가 겹치면서 병원들이 갖가지 대책으로 맞서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6월 이후 환자가 전년보다 3~4%, 삼성서울병원은 1~9월 2.5% 줄었다. 환자 감소는 10여 년 만에 있는 일이다. 서울대병원은 1~8월 환자가 1.2~2.5%(종전 4~6% 증가) 늘면서 수익은 1.4% 증가했지만 인건비·재료비 등 비용이 7.6% 올라 430억원의 적자를 냈다. 23일 민주당 오제세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대형대학병원) 중 22곳이 적자를 냈다.

특진 수당 깎고, 의사 전출, 토요진료 시작

 병원들은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7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홍보·총무 등 전 부서(진료파트 제외) 비용 10% 절감 운동을 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도 비용 10% 줄이기에 나섰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선 7월 원장·부원장·실장 등 보직교수들이 보직수당을 반납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최근 간호·진료지원·행정파트 54명을 서울성모병원으로 전출 보냈다. 인제대 백병원은 백낙환 이사장이 8월 자진해서 임금을 20% 삭감한 데 이어 서울백병원은 교수 전원, 상계백병원은 보직교수의 선택진료 기본수당을 삭감했다.

 토요진료도 늘었다. 지난해에는 한양대·경희대·인하대병원이, 올해는 삼성서울병원·가톨릭의료원(서울성모·여의도성모·인천성모 등 8개 병원)이 토요일에 문을 연다. 순천향대병원은 지난해 8월 일요일 소아과 진료를 시작했다. 중소병원은 더하다. 대장·항문을 전문으로 하는 양병원은 8~9월 수익이 17% 줄었다. 이 병원 양형규 원장은 “의약품 도매업체에 3개월로 끊어줬던 어음을 6개월 더 연장했다”며 “안 좋다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병원을 압박하는 1차 요소는 불경기다. 환자들이 아파도 참는다. 양병원 양 원장은 “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망설이다가 위벽이 뚫려 응급수술을 한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각종 의료제도 변화도 병원 목을 죈다. 지난해 7월 자기공명영상촬영(MRI)·컴퓨터단층촬영(CT) 수가가 10.7~24% 내렸다. 올 10월에는 암·심장병 등 4대 중증질환 초음파 검사에 건보를 적용하면서 검사수입이 크게 떨어졌다.

중소병원은 더 해 … 어음 결제 기간 3배로

 대형병원들에는 환자가 넘치는데 왜 경영이 어려울까. 정진호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진료 수가가 원가에 못 미쳐 환자를 많이 보지 않으면 적자를 면할 길이 없다”며 “주차장·장례식장 수입으로 메워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국 동양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진료 수가가 원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보험이 안 되는 MRI·초음파·상급병실료 등으로 손익을 맞춰왔는데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줄면서 병원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친 양적 성장도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병원들은 무분별하게 고가장비를 들여오고 병실을 늘려왔다. 이 때문에 인구 대비 MRI 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6위, CT는 5위를 차지할 정도로 공급 과잉상태다.

글=신성식 선임기자, 한석영·권선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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