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설계…국회서 돕겠다-백두진 총리 퇴임의 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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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러 번 떠난 경험이 있어 담담합니다. 명경지수와 같은 심경이지요. 비록 총리는 바뀌어도 국사는 바뀌는 법이 아닙니다』-.
작년 12월 초 정일권씨의 후임으로 임명됐다가 5개월 16일만에 자리를 뜨는 백두진씨는 재상직을 물러나는 심경을 이와 같이 말했다.
중앙청을 떠난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신임 김종필 총리에게 축하전화를 걸었고 공관을 비우는 것과 자동차 돌려주는 것에 관해 얘기했을 뿐이지요. 그리고는 저녁에 외국사람과 약속이 있어 거기에 갔다왔어요.』물러나던 날 밤 삼청동 총리 공관에는 서일교 총무처 장관·양탁식 서울 특별시장 김재준 의원만이 다녀갔을 뿐 찾아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 쓸쓸했다.
4일 아침 중앙청에서 신·구 총리 이·취임인사를 하기 위해 공관을 나서기 전에 박승복 정무비서관이 공약실천 계획 및 새 시정 방안 등에 관한 마지막 업무보고를 했다.
『물러나는 날에도 각 부처에서 올라온 국정쇄신 방안·공약 실천 계획 등에 관해 검토하지 않았읍니까?
그 가운데는 좋은 안도 많은데 새 내각에서 잘 할 줄로 압니다. 물러나는 사람의 의견이지만 부정부패 방지·기강확립은 공무원이나 국민이 모두 사치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도록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니고 급변하고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어렵고 또 해야할 일이 많지요』
-앞으로의 계획은?
『아일·컴·백(I'll come back) 본직인 국회의원으로 돌아가야지요. 국회에서 힘닿는 데까지 도울 뿐입니다. 앞으로의 할 일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야지요.』
그가 부르짖은 관급성에서 벗어난 민간 주도형 경제체제 추진은 착수단계에서 미완으로 남겨졌다.
백 전 총리는 관4의 콘티넨틀 승용차대신 자가용 크라운을 타고 퇴임 식을 위해 4일 아침 공관으로 떠났다.<김동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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