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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유가인상과 물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2일 현안의 석유유가인상조치를 단행하면서 동시에 당면 물가안정대책을 핵심으로 하는 일련의 하반기경제안정시책을 공표했다.
이처럼 정부가 유류 인상과 경제안정화대책을 동시에 발표한 것은 그 자체가 석유유가인상이 가져올 경제교란효과를 정부자신이 상당히 우려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석유유가에서 표면화한 전반적인 인플레의 양상이 극히 심각함을 응변해 준다할 것이다.
이번 조치의 골자는 국제원유가 상승 때문에 불가피하게 석유유가인상을 단행하나 이와 관련한 하반기 중의 공공요금인상은 일절 없을 것이며, 독과점품목가격도 당분간 인상을 불허하고 겸해서 IMF여신한도고수 등의 안정화시책을 펴나간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석유유가인상의 파급효과가 극히 광범위하고 또 충격적이라는 점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이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라 하겠다.
물가당국은 이번 석유유가 인상이 물가지수 면에 미칠 직접적 영향을 도매 0·39%, 소비자 0·09%로 추산하고 있다지만, 현재의 에너지소비추세나 경제구조와 견주어 보면 발전·운송·석유화학 등 주요산업분야에 미칠 1차적 영향이외에 2차, 3차로 파급해갈 간접효과에 이르기까지, 그 파문이 실로 광범위하게 연쇄적으로 번져 갈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널리 번지게될 이른바 편승인상의 가능성이 이미 팽팽히 긴장해있는 인플레·무드를 촉발할 도화선이 될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엄격히 석유유가인상에만 국한하더라로 우리는 몇 가지 석연찮은 점을 지적할 수가 있다.
첫째 보도된 바에 따르면 국내 정유회사들은 그 동안 여타업종의 기업들에 비견할 수 없을이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왔고, 따라서 이번 인상조치가 그러한 이윤추세와, 합작투자 선이면서 동시에 원유공급자인 걸프 및 칼텍스·오일 측의 공급자이익까지도 면밀히 고려해서 이루어진 것인가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둘째 이번 인상협상과정에서 뚜렷해진 것은 적어도 정유산업에 관한 한, 정부가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아무런 제동장치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더욱 짙게 해주었다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유국에 의한 원유판매가인상의 파장이 조금도 에누리없이 정제 품의 국내 소비자가격에 고스란히 전가될 만큼, 정부가 지나치게 양보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성급히 유공의 지주 율을 조정, 운영권을 걸프 쪽에 넘긴 처사는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이었다 할것이며, 이 기회에 산은이 지적한바 민족자본계 정유산업육성과 사양화단계의 석탄산업을 육성, 재기케 할 외부적 여건조성을 위해 정부의 에너지 정책방향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하겠다.
또 한가지 유의할 것은 국제시세로 보아 유류가 못지 않게 큰 진폭을 보이고 있는 면사·밀가루·설탕·지류 등 중요 생필 물자의 수입원가도 크게 앙등하고 있다는 사실이라 할것이다. 정부는 그 동안 유류값문제와는 달리, 이들 생필 물자에 대해서는 계속 일방적인 행정조치로써 통제를 가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미 한계를 넘어선 이러한 통제조치가 이번 유류값인상을 계기로 하여, 이 이상 더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것이 전반적인 원가고요인의 현실화작업으로 귀결될 것은 빤한 일이라 할것이다. 따라서 아직도 남아있는 공공요금이나 각종 제조업제품 가격인상의 불가피성은 통화 사이드에서 잠재하는 인플레 요인과 함께 금후의 물가전망을 더욱 암담케 하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5월말 현재의 도매물가지수가 올해 들어 3·6%를 기록, 상반기 라인을 이미 돌파한 것은 그 동안의 물가추세 또한 당국의 예측범위를 넘도록 악화하고 있음을 입증해준다. 때마침 당국은 일련의 물가안정대책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전체적 내용이나 가장 중요한 공공요금 및 독과점제품가동결의 시한성으로 미루어서는 상승요인을 근원적으로 배제하지 못한 채 단순히 새로운 유예조치를 취한데 불과한 것으로 생각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해 예산과 관련해서 공공요금인상문제가 재론되고 통화적 요인마저 현재화할 추석께부터 연말연초에 이르는 고비를 우리는 진정한 위기로 보고 이에 대처할 획기적 단안을 다시 한번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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