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국회 여성의원들의 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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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가 「여성지위향상」을 공약했던 선거전이 끝나고 8대 국회가 출범을 서두르고있다. 이번 국회에는 전례 없이 4명의 여성의원이 끼어있으며, 이들이 여성을 위한 문제해결에 척후병의 역할을 해주리라는 점에서 여성들은 색다른 기대를 갖고있다. 여기 4명의 여성의원의 포부와 함께 제8대 국회에 보내는 여성계의 제언(시리즈)을 모아 묶어 본다.
그 동안 정치를 직업으로 한 일은 없으나 여러모로 관련을 맺어왔던 시인 모윤숙씨는 정계일선에 막상 발을 들여놓으려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고 말한다.
『우선 국회에 들어가 여성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여백이 있는가를 알아보고, 거기 맞춰·계획을 세워야죠. 분위기란 결국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남자국회의원 한분 한분을 붙들고 계몽을 시킬 작정입니다. 여성계와 국회는 그 동안 너무 거리가 멀었었는데 대화의 길을 트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함께 국회의원이 된 세 명의 여성이 모두 오랜 정당활동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는 모 여사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4명이 힘을 모아 여성을 위해 무슨 일을 할까를 찾겠다고 약속한다.
『그대신 여성여러분은 쉴새 없이 우리를 편달해주고 강력한 여성운동을 일으켜 원내활동을 밀어주셔야죠. 수많은 여성단체가 있으면서도 그 활동이 침체해 있는 것은 「리더」와 예산부족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여성자신이 일반적으로 정열을 갖지 못한 때문이라고 봐요.』
모 여사는 팔도강산을 실제로 돌면서 각 지방 여성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있는가를 찾아보고, 그 해결책을 건의해주는 여성 「서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6·25가 오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의 작자인 모 여사는 『여성들에게 국가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국가에 불행이 일어나면 화가 닥치는 곳은 안방이예요. 모두들 국가의 위치와 앞날에 관심을 가져야해요』라고 걸걸한 목소리로 주장한다.
이화여전출신으로 62세인 그는 출가한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모윤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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