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야 (박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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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겨울 혹한에 얼어 죽은 새들의 사해가 묻힌 풀밭에 피어나는 꽃들은 온통 죽은 새들의 깃털 빛깔을 하고 고운 손짓을 한다.
공중에서 흙 속으로 묻힌 새들의 영혼은 지금 깊은 두메 속의 한 국민학교에서 흘러나오는 풍금소리 만큼 가늘고도 서글픈 노래를 들려준다.
죽은 새야-. 네가 날으던 하늘엔 지금 네 목숨만큼 소중했던 또 한 마리의 작은 새가 날으며 풀밭에 피어나는 사랑의 꽃들을 보살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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