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보다는 '검증'이 우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했던 임창용(삼성 라이온즈), 진필중(두산 베어스)선수에 대한 얘기로 메이저리그 팬들의 열기가 뜨겁다. 특히나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라는 진필중 선수에게 제시한 금액이 2만5천달러, 한화로 고작 3천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화제의 초점이다.

특정종목의 선수가 받는 인센티브 보너스에 불과한 금액이라는 것은, 진필중 선수 본인이나 야구를 아끼는 팬들이 '진출실패'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지나친 의미부여는 '상대적 자괴감'의 역할밖에는 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가 보는 한국야구의 수준이 '더블 A와 트리플 A 중간'에 불과하다는 공인된 상식을 다시 한 번 곱씹을 필요는 없다. 또한 뉴욕 양키스로 진출한 마쓰이 히데키의 연봉과 비교는 하되, 실력을 탓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문제는 메이저리그의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과 더불어, 돈을 투자해도 좋을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많은 팀들은 한국에서는 아마추어 선수들을, 일본에서는 검증된 프로선수를 영입하는 확률이 높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아마추어선수들을 중남미 선수들의 100배가 넘는 계약금을 주고 데려가는 것은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 김선우(몬트리올 엑스포스)등의 성공사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쓰이도 이치로 스즈키(시애틀 매리너스)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 몸값은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에서 뛴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무대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다. 이상훈(LG 트윈스)만이 유일하게 경기를 치뤄봤을뿐 '좋은 이미지'를 주는데는 실패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대기업이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국내와는 달리,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갖춘 '하나의 기업'을 이루고 있다. 돈을 쓸때 모험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브랜드의 상품을 쓰는 소비자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구단과 선수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의 일본진출설이 나돌만큼 시장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계약도 6백만달러선에서 논의가 될 정도니 각 구단들은 적은돈으로 좋은 선수를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그런상황에서 계약금 3백만달러를 자존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

내년, 내후년, 해년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은 많아질 것이다. 최희섭(시카고 컵스)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다면, 국내의 타자들도 조금씩 메이저리그 무대에 가능성과 호기심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확실히 돈 값을 한다는 증명이 없다면, 꿈을 이룰 확률은 그만큼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이치로는 격년마다 열리는 미·일 올스타전을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000년엔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광속송구'와 빠른발로 자신의 능력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사전작업을 진행했다. 2001년의 돌풍은 오랜기간 착실한 준비가 만든 '결과'였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줄 믿음이 필요하다.

Joins 유효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