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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전각서」폐기와 중국대표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1일 일본정부 각료의 한 사람인 궁택희일 통산상은 의회에서의 증언을 통해 이른바 「길전각서」는 이미 실행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그 폐기를 선언했다고 한다.
일본정부 각료에 의한 이러한 「길전각서」 폐기선언은 한마디로 자유중국에 대한 신의를 그들이 헌신짝처럼 내던지겠다는 것을 뜻하는 것인데 일본의 이와 같은 조치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중공간의 유연외교의 여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실례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4월초 이른바 「핑퐁」외교로 시작된 미·중공간 유연외교의 파문은 이처럼 예상외로 크게 또 급속히 번지고 있다. 그밖에 국제적으로 볼 때 지금 각국은 앞을 다투어 중공과의 대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아시아」제국 가운데서도 지난 8일 「터키」가 중공과 공식대사급회담을 가질 것에 합의한 것을 비롯해서 지난 10일에는 비율빈의 중공방문 통상사절단이 중공과 통상을 개시할 것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음을 밝혔다. 또 11일에는 제주의 「윌리엄·맥마혼」수상이 중공과의 대화를 모색할 계획을 발표했는가 하면 그보다 앞서 8일 태국의 「타나트·코만」외상도 현재 제3국을 통해 중공과 접촉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한편 중공승인국은 지난 7일 「산마리느」가 중공과의 외교관계를 가짐으로써 61개국에 달하고 있다. 이 숫자는 작년 제25차 「유엔」 총회에서 「중요사항지정결의안」에 찬성한 66표보다 5표가 모자라지만, 「알바니아」안의 찬성표 51표보다는 무려 10표가 더 많은 것이다.
이 시점에서 세계의 이목은 미·중공간의 유연외교가 과연 어디까지 잘 것이냐에 쏠려 있다 하겠는데 궁극적으로 그것이 자유중국의 지위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벌써부터 자유중국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은 아무도 부인할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의 이중대표권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를 밝히는데 주저치 않고 있는 것이다. 즉 지난 7일 애지일본 외상은 자유중국과 중공의 이중대표권을 「유엔」에서 적옹용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기에 이른 것이다.
중국의 이중대표권은 비단 일본에서만 고려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대중공 문제전문가 「A·더크·버네트」교수의 소론을 빌면, 현재 소련과 관련해서도 삼중대표제(소련·「우크라이나·백「러시아」)의 전례가 있음을 말하고, 중공에 상임안보이사국의 의석을 주게되면 중공은 이중대표제라 하더라도 기꺼이 그에 응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버네트」 교수는 대표 문제에 언급하는 가운데 ①대만의 대륙과의 합병 ②대만의 독립 ③대만의 자치 등 어떤 형태로든지간에 그것이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되면 받아들이지 앓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며, 또 그는 일본·중공·한국 등 중공주변에서 미군사력을 대폭 삭감하되, 특히 대만으로부터서는 미군사력을 전면 철수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 중공간의 협상설이 떠돌고 있는 것은 더욱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4월28일 미국무성은 『대만의 주권문제는 미해결』이라고 말하는 한편, 자유중국과 중공과의 직접협상을 말한바 있었는데 10일에는 중공수상 주은래의 협상제의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해방」과 「대만의 영유」는 중공이 한결 같이 표방해온 구호로서 지난날 미·중공대사급 회담에 있어서도 이 문제가 중심이 되어왔다. 미·중공협상이 만약 실현된다고 할 때 중공의 주장이 어떨 것이라는 것은 새로운 설명의 필요가 없는 것이며, 다만 여기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대만 문제에 있어서까지도 미국이 양보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핑퐁」외교가 시작된 이래 미국은 무엇을 얻었는가를 우선 중간결산격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는 중공에 대해 그의 국제적 지위를 유리하게 했을 뿐 그 대가는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반면 오히려 대만의 지위를 동요시키는 정세를 만들어낸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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