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한은행 불법 계좌조회 의혹, 철저히 규명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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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신한은행의 주요 정·관계 인사 불법 계좌 조회’ 의혹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금융당국과 검찰의 철저한 조사 및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김 의원은 최근 2010년 ‘신한 사태’ 당시 신한은행이 야당 중진의원을 포함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의 고객 정보를 지속적·반복적·불법적으로 조회했다고 주장했다. 그 대상자로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거명했다.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수개월 동안 조회했으며, 그 대상도 거래내역은 물론 종합고객정보, 외환 및 여·수신 등 광범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엄벌을 받아야 할 중대한 불법이다. 현행법상 내부 감사 목적의 고객정보 조회는 합법이라고 할지라도 매우 제한적이고 엄격한 범위 내에서 조회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설령 내부 감사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고객 정보를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조회하는 건 불법이라는 의미다.

신한은행은 이에 대해 김 의원이 거명한 일부 정치인과 전직 관료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이라고 해명했다. 나머지 인사들은 자체 조사 중이라면서 추후에 밝히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문제가 신한은행의 자체 조사에 맡길 일이 아니라고 본다. 금융당국이 신속히 나서야 하고, 필요하다면 검찰도 수사해야 한다.

은행들의 고객 계좌 무단 조회는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고객 정보의 무단 열람과 조회는 금감원이 검사할 때마다 지적되는 문제다. 국내 금융사들의 고질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한은행은 2010년 사태 당시 재일교포 주주의 고객 정보를 무단 조회한 전력도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나서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이 의혹은 그대로 방치하면 자칫 국내 은행시스템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다. 고객 정보가 줄줄이 새는 은행과 대체 누가 거래하려 들까를 생각해보면 알 일이다. 의혹의 사실 여부가 최대한 신속하게 밝혀져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더불어 김 의원이 제기한 금융당국의 부실 검사와 축소 의혹 문제도 같이 규명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