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부재상황의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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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당수의 지역구 입후보 포기로 비롯된 신민당의 파동은 당권투쟁으로 번졌었는데 김홍일 전당대회의장에게 당수권한을 일시 대행케 하고 총선을 치른 다음 당권문제를 처리한다는 선에서 극적으로 수습의 실마리가 풀렸다.
총선 입후보등록 마감날부터 시작되어 수일간 지속하여 매우 심각한 대립상을 드러냈던 신민당의 공천 후유파동은 야당의 건전한 발전에다가 민주정치 확립에 대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 대중을 크게 실망시키는 것이었는데 ,투표를 14일 앞두고 간신히 수습의 실마리를 잡게 된 것은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금차 신민당의 파동은 투명한 행동으로 일부 당원들의 오해와 격분을 자아낸 유당수의 행동에 유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당수는 당을 분열·와해의 위기에까지 몰아넣었던 행위의 동기나 명분여하를 불문하고, 이번 사태에 응분의 책임을 지고 정치적 진퇴를 깨끗이 해야만 내분은 본격적으로 수습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점 우리는 유당수의 도의심과 양식에 기대를 걸고 그의 차후 행동을 주목할 작정이지만, 제1야당의 당수가 야당 당원 자체내부와 국민의 불신과 분노를 샀다는 것은 우리 나라 정당 사상 보기 드문 일로서, 우리는 이와 같이 한심스러운 현상을 자아낸 오늘의 정치풍토를 개탄해 마지않는다.
우리는 이번 신민당 파동의 유래가 결코 작금에 시작된 단순한 일이라고만 생각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랜 세월을 두고 권모술수 권모술책에 능한 정객이 정계를 주름잡을 수 있었던 폐풍, 그리고 철저한 상호불신의 풍조가 마침내 한계점에 달해 폭발을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정치풍토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권모술수보다는 인간적인 성상과 정치적인 도의를 숭상하고 정당상호간에 서로 분열공작을 벌이는 폐풍이 일소돼 당원들이 동지적인 신뢰를 회복하기 전에는 야당의 건전한 성장은 기대키 어려울 것이다.
야당의 분열·약화·목재상황의 조성은 일시 집권당에 어부지리를 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국가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두 개 이상의 정치세력 위에서 구축되고 운영되어야만 자율적인 안정성을 갖출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야당의 심한 열세나 사실상 부재는 민주국가의 운명 그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평·불만이 야당부재로 말미암아 합법적으로 결집되고 평화리에 해소될 가망이 없어, 잠세적으로 누적되어 폭력으로 폭발할 수 있는 소지가 형성되는 것처럼 위험하고 불신한 일은 없는 것이다.
앞으로 두 주일간 신민당은 총선에서 의석을 다소라도 더 많이 얻기 위해 전력투구의 작전을 벌일 것으로 안다. 이번 신민당의 파동은 선명한 야당,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규모로 성장해 가고 있는 야당으로서의 「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국민의 실망을 크게 자아냈기 때문에 동당은 정신적으로도 매우 불리한 입장에서 있다.
그러나 이 정신적인 부리를 신민당은 남은 총선기간 중 굳은 단결의 과시로써만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민당이 적어도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약간의 당내 불화가 있다 하더라도 이 이상의 잡음을 일으켜 가지고 국민의 멸시와·불신을 사지 않도록 몸가짐을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민당의 파동이며 군소정당의 난립 등은 「야당부재」의 느낌을 짙게 한다. 그러나 야당부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유권자들의 투표를 통한 심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집권당에 압도적 승리를 주는 것이 일당독주의 가능성을 넓히는 까닭으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 국민은 못난 야당이지만 동정과 지지를 아껴서는 안 된다. 재야정계의 근본적 개편은 총선 후의 과제로 미루고 지금으로서는 야당에 전부 몇 개의 의석을 주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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