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급 기계식 무브먼트, 인체공학 적용 케이스 … 스타일은 그대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불가리 로마, 불가리 불가리, 불가리 불가리 크로노그래프(왼쪽부터).

불가리는 하이 주얼리 브랜드론 드물게 최고급 시계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시계에서 시작한 브랜드는 고급 보석 분야로, 반대의 경우는 최고급 시계 분야로 최근 들어서야 눈을 돌리는 추세다. 한데 불가리는 최고급 시계가 지금처럼 각광받기 훨씬 전인 1970년대 이 분야에 본격 진출했다. 80년대 초엔 스위스 노이샤텔에 ‘불가리 타임’을 설립해 시계 제작을 직접 통제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시계 분야에서도 앞서 나간 불가리는 시계 디자인 면에서도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개성을 드러내 왔다. 77년 처음 선보인 ‘불가리 불가리’가 그것이다. 시계를 둘러싼 둥근 원형 테두리인 ‘베젤’ 위에 브랜드 로고인 불가리(BVLGARI)가 두 번 연속으로 쓰여 있다. 깔끔한 원형에 다소 굵은 듯 보이는 베젤, 거기에 음각한 ‘불가리 불가리’가 도드라진 디자인 요소다. 이후 나온 이런 형태의 불가리 시계 라인은 모두 ‘불가리 불가리’로 불린다.

불가리 불가리의 원형은 77년 불가리 브랜드의 고객 선물로 처음 등장한 ‘불가리 로마’ 시계다. 디자인은 거의 같은데 베젤에 쓰인 게 ‘불가리 로마(ROMA)’였던 게 다르다. 사은용으로 제작한 시계에 대한 반응이 남달라 정식 상품으로 출시된 게 불가리 불가리 모델이다.

주얼리 분야와 마찬가지로 불가리는 시계 분야에서도 대담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개성을 구축해 왔다. 불가리 불가리 디자인은 이전 시계에서 좀체 찾아볼 수 없었던 풍성한 부감이 큰 특징이다. 얼굴을 비춰 볼 수 있을 정도로 반짝이는 ‘미러 피니시’의 시계 케이스 처리, 고대 로마 시대 건축물의 기둥에서 영감을 얻은 시계 케이스 등이 부피감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여기에다 베젤에 두 번 새긴 로고는 이전 시계 디자인과는 확실히 달랐다. 전엔 브랜드 로고가 시계판에만 박혔다. 불가리 불가리에 이르러서야 로고가 디자인 요소로 적극 활용된 것이다. 시계 디자인 분야에서 독창적 시도인 셈이다.

77년에 나온 첫 번째 불가리 불가리와 이후 진화한 불가리 불가리 시계 간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보통 사람들은 거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변화다. 오히려 뚜렷한 변화는 전통적인 쿼츠 무브먼트가 차츰 투르비옹 등이 적용된 고급 복합기능 기계식 장치 등으로 바뀐 것 정도다. 이처럼 불가리 불가리의 디자인이 미묘한 차이만을 보이며 진화해 왔다는 사실은 이 디자인의 현대성을 방증하는 지점이다. 다만 불가리 불가리는 케이스 부분에 발전한 인체공학 기술을 접목해 뒷면이 살짝 기울어 손목에 착 감기도록 한다든가, 러그와 시곗줄을 더욱 매끈하고 완벽한 구조로 다듬는 등으로 조금씩 수정됐다. 이런 미세한 조정 외엔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불가리 불가리다.

불가리 불가리는 93년 검정 플라스틱과 금으로 만든 한정판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불가리 측 표현에 다르면 ‘고전과 현대의 탁월한 결합을 바탕으로 한 절충주의’가 표현된 디자인이다. 2005년엔 비슷한 맥락에서 첨단 카본 소재로 ‘불가리 불가리 크로노그래프’의 케이스를 만들고 여기에 노랑·백색·분홍 금과 조화시킨 버전도 내놨다.

‘2013 불가리 불가리’는 이 시리즈가 고수해온 디자인 코드를 그대로 계승했다. 불가리에서 자체 제작한 BVL191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사이즈는 39㎜, 41㎜ 두 가지. 39㎜ 케이스의 주요 소재는 핑크 골드다. 여기에 매끈하게 다듬은 아이보리 다이얼에 앨리게이터 시곗줄을 조합한 것, 검정 다이얼에 검정 앨리게이터 시곗줄을 어울리게 한 것 두 가지로 나왔다. 베젤에 ‘불가리 불가리’ 대신 ‘불가리 로마’가 음각된 버전은 250개 한정판이다. 41㎜ 불가리 불가리는 39㎜처럼 두 가지 다이얼에 스틸이나 핑크 골드 버전이다. ‘2013 불가리 불가리’엔 크로노그래프 모델도 있어 선택 폭이 더 넓어졌다.

강승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