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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섬에 뭍 버스 다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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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육지와 똑같아졌응께 좋아진 게 이루 다 말할 수 없제."

전남 고흥반도 남쪽의 조그만 섬(면적 0.9㎢) 지죽도의 주민 4백60여명(1백30가구)은 최근 생활상이 크게 바뀌었다. 2백73억원을 들여 만든 교량(길이 4백40m, 너비 9m)이 1월25일 개통해 뭍과 이어졌기 때문이다.

바다 건너 고흥군 도화면 돌쇄선착장까지 오가던 '통통선'은 쓸모가 없어져 마을회관 옆으로 올라왔다. 대신 버스가 하루 8번씩 섬과 육지를 오가고 있다.

부녀회장 김정자씨(50)는 "예전엔 배를 탄 다음 다시 버스를 타야 해 짐이라도 많을 땐 고생이 심했는데, 이젠 편하게 나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뭍에 나가면 마지막 배 시간인 오후 8시까지는 돌아와야 했으나 이젠 시간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특히 자가용 승용차.화물차를 가진 20여명은 다리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다리가 생기기 전엔 차를 섬 안으로 못 가져와 뭍 선착장에 주차해 놓고 배를 타고 들어와야 했는데, 이젠 집 앞까지 차를 몰고 온다.

학생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12㎞ 거리의 도화면사무소 소재지의 중.고교에 다니는 20여명은 예전엔 매일 배와 버스를 타고 통학할 수 없어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젠 집에서 어머니가 해 주는 밥을 먹으며 버스로 통학하고 있다.

도화초등학교 지죽분교 어린이 14명은 면사무소 소재지의 본교로 다니게 됐다. 교육청이 스쿨버스를 제공하는 대신 분교를 없앤 것이다.

사성호(53)전 분교장은 "역사가 73년이나 된 학교가 문을 닫아 아쉽긴 하나, 아이들이 복식수업(한 교실에서 두 학년이 공부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행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태풍이나 큰 비로 배가 못 뜨면 육지와 며칠씩 교통이 끊기는 일이 없어진 것을 무엇보다 반긴다.

이전엔 양식 김.낙지.게 등을 팔려면 40분 가량 배를 몰아 녹동수협에 가야 해, 배가 묶일 경우 선도가 떨어져 손해를 봤다. 이젠 차로 싣고 나가면 되므로 항상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또 한밤중에 위급한 환자가 생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연륙교(連陸橋).연도교(連島橋) 건설 현황=연륙교.연도교 건설이 가장 활발한 곳은 전남으로 현재 27개가 놓였고 8개가 새로 가설 중이다.

신안급 지도읍~사옥도의 연륙교(6백60m)와 완도군 완도읍~신지도 연륙교(8백40m)가 상판 얹기에 들어가 각각 내년 8월과 내년 말에 개통될 예정이다.

8개의 연륙교.연도교가 있는 경남에서는 마산시 구산면~저도 신(新)연륙교(1백70m) 등 3개를 건설 중이다. 이중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사천시 삼천포와 남해군 창선도 사이에 가설 중인 3.4㎞짜리 연륙교는 포장공사만 남아 다음달 중 개통한다.

충남 서해안에서는 현재 태안군 남면과 이어진 안면도를 다시 보령시 대천항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길이가 15.4㎞, 사업비가 4천2백억원에 이른다. 올 정부 예산에 실시설계비 45억원이 편성됐고, 2010년 완공 목표다.

고흥.창원.대전=이해석.김상진.김방현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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