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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땅값의 신화(10)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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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0년대 초반에 나타난 두드러진 「인플레」 현상은 금을 중심으로 한 환물 사상을 상당히 고조케 했다.
해방이후 61년까지 16년 동안 도매 물가 상승률은 무려 15만 1천 배를 기록, 가장 유력한「인플레·헤징」(화폐가치 보존)의 방편이 금을 사두는 것으로 통했다.
그러나 금값마저도 이기간 중에 14만 5천배만 올라 물가상승률에 미치지는 못했다.
60년대에 들어와서는 초반에 격심했던 「인플레」가 중반을 맞아 약간 수그러지면서 환물사상도 어느 정도 후퇴했으나 만성적「인플레」에 시달려온 일반의 감정은 금 대신 새로운 대상을 찾게됐으며 여기서 돌파구로 등장한 것이 부동산 투자다.
60년대의 활발한 개발사업과 이에 따른 땅값 상승 추세 때문에 화폐 가치보존은 물론 재산증식수단으로도 땅을 사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플레」에 대비한 단순한 환물풍조에서 「스타트」했던 부동산투자가 60년대 후반부터는 선택하기에 따라서는 가장 수익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본격적인 투자대상으로 「클로스업」 됐다. 이러한 활발한 부동산투자의 움직임은 땅에 대한 가수요를 늘려 투기대상으로까지 발전함으로써 땅값의 자연적 상승요인과 복합, 땅값을 더욱 부채질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60년대의 땅값은 물가상승률을 앞질러 올랐다.
61년 이후 70년까지 10년 동안 전국도매물가가 2·6배나 오른 데 비해 전국평균 땅값 상승률도 약 2·6배, 특히 서울 주택지역의 경우는 이기간 중 평균 약 3·2배가 올라 땅은 최소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가치가 보존되거나 증진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환물사조를 전제로 해서 금 투자와 비교해도 서울 평균땅값 상승 3·2배는 이기간 중의 금값 상승 2·7배보다 높은 것이다. 다만 이러한 땅값 상승률은 성장지역 또는 특수 경기지역을 제외한 평균상승률이기 때문에 1년 이상 만기의 정기예금이자율보다는 아직도 낮다.
즉 10년 전에 서울에서 1만윈짜리 택지를 샀다면 그 동안에 약3·2배가 올라 4만2 천원짜리가 됐지만 이 돈을 그때 은행에 정기예금 했다면 복리로 계산해서 5·8배가 늘어나 6만 8천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금의 높은 이식율은 지난 65년 이후의 고금리시책 때문인데 60년대의 1년 이상 만기정기예금금리 추세를 보면 61년 연리 10%, 62년 2월 1일부터 15%, 65년 9윌 30일부터는 30%, 68년 4월 1일 27·6%, 10월1일 25·2% 그리고 69년 6윌 1일부터는 22·8%로 65년 9월말 이후 68년 3월말까지 2년 6개윌 동안은 연리 30%의 높은 금리가 적용됐던 것이다.
이러한 고금리 혜택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투자가 성행한 이유는 부동산투자가 공금에 비해 선택성이 있고 일종의 강제저축으로서 심리적으로 이식율이 엄청난 것 같은 인식을 주며 또한 지역에 따라선 특수경기가 일고 있기 때문에 그 경기에 잘만 편승하면 일확천금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끌린 탓이다.
따라서 각종 개발사업지구, 또는 개발예정지역에는 ,언제나 부동산 「브로커」들이 들끊고 있으며 이들 「브로커」들은 소위 「전매행위」를 거듭, 투기 「붐」을 조성해 놓고는 후조처럼 훌쩍 떠나버린다.
지방자치단체의 토지구획 정리사업은 부동산투기의 절호한 재료다.
토지구획사업으로 논·밭·임야 등이 주택지화 되면 그 토지의 이용가치가 높아져 땅값은 오를 수밖에 없지만 당국의 구획정리사업을 통한 체비지 매각 역시 이러한 투기 「붐」에 편승, 공사비보다 훨씬 높게 이루어짐으로써 나선형적 땅값상승에 박차를 가해왔다. 예컨대 서울시는 잠실정 개발이 1백억원의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또한 작년12월에 실시한 영동 제1지구 체비지매각에서는 최고 평당 15만원, 최저 1만 5천원에 팔려 매각목표액 총 4억 8천 1백 29만원에 비해 매각수입은 11억 7천 3백 23만원을 기록, 약 7억원의 이익을 보았다.
이렇듯 서울시의 구획정리사업은 대체로 사업비의 2배를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지역은 다시 부동산 「브로커」들의 손에 넘어가면서 더욱 치솟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투자는 60년대 후반 들어서 부터는 일부 고소득층의 독점상태를 벗어나 널리 일반화해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샐러리맨」들이 재산증식 방법으로 「사채 30%·증권 30%·부동산투자 40%」의 비율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얘기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증권투자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고 기술적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예금보다 이율이 높은 사채나 부동산 투자로 자금이 모두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투자자들의 부동산정요는 가수요 증가를 통해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있는데 우리 나라처럼 땅값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 일본 동경의 경우에도 가수요율은 68년 현재 42% (일본 삼능 은행 조사)에 달하고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가수요 증가가 투기를 부채질하여 땅값을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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