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타 셰프는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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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 중 15명이 유학파 … 한식 셰프는 2명

 스타 셰프 20명 중 김형규(이탈리아 레스토랑 비스테카)·안효주(일식당 스시효)·유희영(일식당 유노추보·유노추보 스시)·임지호(한식당 산당)·최현석(이탈리아 레스토랑 엘본더테이블) 셰프 5명을 제외하고 모두 외국 요리학교를 나왔거나 외국 유명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유학파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유학파 1세대로, 미 CIA를 졸업한 이은정 신흥대 교수는 “다양한 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는 프랑스어·독어 등 아무래도 덜 익숙한 제2 외국어를 사용해야 하지만 미국에선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학교 중 세계 3대 요리 학교로 꼽히는 뉴욕 CIA 졸업생(3명)이 가장 많았다. 김은희(더그린테이블)·임정식(정식당)·타미 리(비스트로드욘트빌) 셰프가 여기 졸업생이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 유학파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중 절반이 120년 전통의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이었다. 류태환(류니끄) 셰프는 영국 런던의 르 꼬르동 블루를 수료했다.

드라마 ‘파스타’의 실제 모델인 샘 킴(보나세라)은 미국 키친 아카데미를 나왔는데, 이 학교도 원래 르 꼬르동 블루였다가 이름이 바뀐 경우다. 2002년 한국에 만들어진 르 꼬르동 블루 숙명 아카데미의 홍보담당 양진원씨는 “르 꼬르동 블루는 전 세계적으로 40여개 넘고, 수업은 프랑스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며 “고졸 이상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지만 수료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1년 학비는 2631만원(요리 과정)이다.

 유학파가 대세를 이루면서 한식을 하는 셰프로는 임지호·임정식 단 2명만이 포함됐다. 임정식 셰프는 CIA에서 프렌치를 전공한 후 이를 접목한 새로운 한식을 선보이고 있다. 2011년 미국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정식’을 열었는데, 오픈 2년 만에 미슐랭 가이드 별점 2개를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30대가 대세…여자는 딱 2명

 스타 셰프 20명의 평균 연령은 40세 2개월이다. 그러나 각 연령대로 나눠보니 30대가 절반이 넘는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30대 셰프는 전원이 외국 요리학교를 나왔거나 외국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유학파다. 유학파 젊은 셰프가 현재 한국의 다이닝 문화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40대도 비슷하다. 6명 중 유희영·최현석 셰프를 제외하고 모두 유학파다.

 똑같이 유학파라도 30대와 40대 셰프 사이엔 차이가 있다. 30대 셰프들은 유학 후 돌아와 곧바로 레스토랑 문을 연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40대 셰프는 한국에서 먼저 경험을 쌓은 후 2000년대 요리 유학붐을 타고 나중에 유학을 갔다. 어윤권(구르메 에오·리스토란테 에오)·이방원(파씨오네) 셰프가 그런 경우다. 뒤늦게 각각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그렇다면 스타 셰프의 성비는 어떨까. 20명 중 18명이 남자다. 여자는 김은희·이현희(디저트리) 셰프뿐이다. 김은희 셰프는 “여자 셰프의 한계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DCT호텔 요리학교 출신인 올리비아 리는 그 이유를 체력에서 찾았다. “워낙 체력 소모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타고난 체력이 더 좋은 남자가 인정받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요리를 다루는 언론의 주 소비층이 여성이다 보니 젊고 잘 생긴 남자 셰프가 스타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혜정 국제한식조리학교 교장도 “외국도 비슷하다”며 “미국과 유럽에선 유색인종인 스타 셰프를 찾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태희 경희대 외식산업학과 교수 역시 “미식의 주체가 30~40대 여성이라 식품 광고에 잘생긴 남자 모델이 등장하는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이유석(루이쌍끄) 셰프는 “남자 셰프 중에서도 얼굴 잘 생겨야 주목받는다”며 “연예기획사에서도 연락이 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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