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와 한국의 좌표 (1) 수출|성창환 <고려대 상대 학장·경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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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작년으로 끝난 『제1차「유엔」개발의 10년』에 전세계의 저개발국들은 각각 야심적인 개발 전략을 펴왔으며 이 가운데서도 「아시아」지역 몇몇 국가들은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왔다. 이러한「아시아」지역 여러 나라들의 경제 발전 동향과 거기서 차지하는 한국경제의 좌표를 수출, 건설 및 공업화의 측면에서 분석해 본다. <편집자주>
60년대의 세계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 추세와 이례적으로 높은 무역 신장률을 특징으로 하는 확대 일로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60년대 말에는 구미 각국과 일본 등 선진 공업국도 고도 성장에 있어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 있으며 노동력과 설비에 있어 완전 고용이 달성되어 드디어 「인플레」압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과거 10년간은 세계 주요 선진 공업국의 호황에 힘입어 개발도상국들도 대체로 순조로운 경제 성장을 이루게된 것이다.
일본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도 비교적 경제 성장에 있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공업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공업 생산에 있어 현저한 바가 있다.
일례로서 1968년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광공업 생산의 연 증가율은 9%였으며 이는 동년의 세계 전체의 6·2%, 선진 공업국의 6·3%, EEC 제국의 8·5%, 개발도상국 전체의 8·4%에 비하여도 높은 성장이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나라는 동년 광공업 생산에 있어 33%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다음 60년대 국제 무역, 특히 아시아 제국의 무역 동향을 보면 이것도 선진 제국의 호황에 따라 큰 신장을 보인 것이다. 일례로서 1969년 3·4분기 말 세계 수출액이 2천4백억불에 달하고 있는데 이것을 전년 동기에 비하면 13·5%의 높은 증가율이다. 이것은 60년대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인 8%와 비교하여도 높은 신장률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의 선진 공업국의 수출 신장률은 14·3%로서, 세계 전체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EEC 제국은 15·9%의 수출 신장을 달성함으로써 세계 무역 확대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이러한 선진국의 호황과 「케네디·라운드」에 의한 관세 일괄 인하에 따라서 선진국간의 무역이 더욱 확대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러한 추세는 개발도상국에 대하여도 1차 산품의 수출 증대와 가격 등귀에 따르는 수출 신장을 가져다주었다. 특히 선진 제국 내의 소비 수요의 증가에 따라 개발도상국은 섬유 제품을 위시한 경공업 제품의 수출을 크게 증가할 수 있었다. 이리하여 「아시아」제국도 1969년 상반기 중 전년 동기에 비하여 12·5%의 신장을 보였으며 이것은 중남미·중근동·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에 비하여도 현저한 호조를 보인 것이다.
이처럼 아시아 지역의 수출 신장이 비교적 높은 것은 한국·자유중국·향항 3개국이 경공업품의 수출을 중심으로 약 20%의 높은 신장률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 나라의 수출 신장률은 34·2%라는 이례적인 기록이었다.
해방이래 근 20년간 정치·사회적 혼란, 전쟁, 만성화한 악성 「인플레」등으로 시달려 온 한국 경제가 침체와 「빈곤의 악순환」 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매년 우방으로부터의 수억불의 경제 원조를 받으면서도 연 평균 3∼4% 미만의 저 성장과 연간 중석 수출을 제외하고는 겨우 2, 3천만불 미만의 수출 실적 밖에는 갖지 못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60년대 중엽 이후의 한국은 그 젊은 약동상과 급진적인 확대에 있어 세계 각국에 대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분명하며 그들의 놀라운 표정을 감추려하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하나의 큰 역사적 전환이 무엇에 연유된 것이며 또 그것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전할 것인가를 깊이 동찰 할 시점에 도달한 것 같다. 4·19 혁명과 5·16 군사 혁명의 두 차례 격동이 일시적 혼란을 초래하기는 하였으나 혁명적 기운이 우리 국민에게 오랜 침체에서 깨어나 젊음을 되찾게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제 성장, 특히 공업화의 상징인 광공업 생산과 수출의 놀라운 신장에 대하여는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러한 발전은 결코 순조로운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무리한 벅찬 노력의 결정인 것이다. 거액의 외자 도입과 정부 주도형으로 불리는 그 동안의 노력이 좋든 싫든 주도적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수출 확대 회의가 정규적으로 개최되는 사실만 보아도 오늘의 한국의 모습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70년대에 접어들면서 수출이 10억 「달러」 대를 넘어섰으며 이것을 전환점으로 하여 60년대의 양적 확대에서 질적 개선을 위한 새로운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국민경제의 방향 감각을 옳게 파악하고 시대적 요구에 적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적시 안타의 속출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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