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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 2주 인도의 오늘 (상)|전통과 현대 문명이 공존하는 나라|신상초 <중앙일보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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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도의 지폐에는 영어 「힌두」어를 비롯, 도합 15가지 말로 가격 단위가 표시되어 있다. 6천년의 역사를 갖고 100 이상의 종족이 모여서 살고 있는 인도로서는 공용어로서 최소한 15개 종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북쪽은 「히말라야」 산록으로부터 남쪽으로는 인도양까지 뻗치고 있는 이 광대한 대륙은 기후대로 보아 온대·아열대·열대를 함께 포함하고 있는데 인도에 살고 있는 인종도 매우 다채롭다. 몸집이 작고 피부가 새까매 남양주인을 방불케 하는 인종으로부터 몸집이나 피부 색깔로 보아 서양인과 다름이 없는 인종도 있어 인도 중서부의 대상 공업 도시인 봄베이는 흡사 세계 인종의 전시장 같은 인상을 준다.
인도를 2주일간 돌아다니고 나서 내가 얻은 가장 소박한 인상적인 결론은 인도는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라는 것이었다. 자연·종족·언어·풍습의 이질성이 두드러지게 눈에 띔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하나의 통일된 정치 단위를 형성하고 근대 국가로 발족하고 유지되고 있는 소이는 「힌두」교라는 공통한 지배적인 종교가 있고 또 수백년에 걸친 영국의 통치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레지스탕스」 운동이 정치의식면에서 국민적인 자질성을 배양하여 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는 땅이 넓고 또 너무나 복잡한 사회이기 때문에 여행자의 눈에는 불가사의한 점이 너무 많아 무어가 무엇인지 도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지난날 주인 미국 대사로 있었던 「버지」씨는 부임 초 『인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가 3년 후 임기를 마치고 인도를 떠날 때는 『인도는 불가사의한 나라이다. 있으면 있을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늘어만 간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이 유명한 「에피소드」는 아직도 인도의 외교계나 저널리즘 세계에서는 곧잘 인용되는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는 서구 사람은 물론 서구화 교육을 받아 서구의 눈으로 사물을 보고 평가하는데 습성한 동양 사람들에게는 인도는 정확한 이해를 단절한 이방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 같다.
나는 인도 정부의 초청으로 인도를 여행하였기 때문에 짧은 기간이지만 전통적인 문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아구라」에 있는 「타지마·하라」, 「봄베이」근방에 있는「에레판타·케이브」를, 그리고 현대화·서구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바바」 원자력 연구소, BHILAI 제철소, BHAKRA 「댐」 등을 시찰할 수 있었다.
「무갈」제국이 남긴 최대의 문화적 유산으로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라고 하는 「타지마·하라」 (제왕의 사원이라는 뜻이다) 를 보니 그 웅대한 규모, 단려한 대리석조, 정교한 조각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고 현재 한국에 보존되고 있는 이씨 왕조의 궁전 따위는 어린이 소꿉놀이의 소산처럼 생각되었다. 「에레판타」석굴의 규모, 그리고 그 속에 조각되어있는 「시바」대신의 희열·명상·분노의 3면을 일체로 갖춘 거장을 보고서는 우리 나라에도 석굴암이 있다는 말이 감히 입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들 고적에는 서양인 관광객이 운집하여 「원더풀」을 연발하고 있는데 그 근처 「호텔」에 숙박하고 있으면 자기가 지금 미국 혹은「유럽」에 와 있지 않나 하는 기묘한 착각이 일어난다. 이 전통 문명의 유산은 인도로서 지극히 소중한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의 인도의 후진성과 빈곤을 보고 인도를 얕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지난날의 인도가 얼마나 위대한 문화적인 창조력을 갖고 있었던가를 실물로 설명해 주고 앞으로 인도가 발전할 수 있는 잠세력을 과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달해 「아이소토프」를 여러 나라에 팔고 있고 또 가까운 시일 안에 원폭 제조가 가능하리라고 하는 인도의 원자력 연구소, 연산 3백만t의 「레일」과 강철자재를 생산하고 있는 「빌라이·스틸」, 60만Kw의 발전량을 가진 「바크라·댐」그리고 그 주변에 정력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녹색 혁명」 기지 등은 모두 현대 과학과 기술의 최첨단을 가고 있는 것인데 그 규모와 설비의 크기를 보고서는 과연 인도는 대국이다 하는 느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인도의 과거와 현대화를 상징하는 이들 고적이나 설비를 보고 내가 절실히 느낀 것은 인도에서는 자연과 인공, 전통과 「모더나이즈」「휴매니티」와 과학 기술이 잘 조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여기서는 낡은 것을 파괴치 않고서, 새 것을 건설하고 있으며 자연을 잘 살리면서 서구 물질 문명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제철 공장 안에 새들이 둥지를 틀고 직공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는 현상이나,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달려도 소는 물론 조그만 새에 이르기까지 놀라서 뛰거나 날지 않는 풍경은 인도 아니면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아닌 가고 생각한다. 전통과 「모더나이즈」, 인간과 자연의 평화 공존은 국토가 한없이 넓은 탓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생명의 존엄을 숭상하고 불 살생을 실천 도덕의 계명으로 삼는 「힌두」교의 사상적인 영향 때문이 아닌 가고 내 나름으로 추측했다. 독립후 인도의 일관한 세계 정책-비동맹·평화 공존 정책이 국제 정치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은 누구나 시인을 아끼지 않아야 할 사실이다. 이 평화 공존 주의도, 인도 사람들의 전통적인 사고 방식의 정치적 표현일는지 모른다. 이 낡은 것을 남겨둔 채 새것을 건설하고 자연을 압박하거나 훼손치 않고 인간의 삶을 후회하는 인도의 건설 방식은 세계 문명에 있어서 하나의 새로운 「타입」을 형성할 가망이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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