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철 건설의 첫 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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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일 서울시는 역사적인 지하철 기공식을 거행했다. 이 노선은 지하철 제1호선으로, 이것이 완성되는 73년9월께에는 계속해서 2호선과 3호선을 일제히 착공할 것이라 한다.
서울시의 인구는 공칭 5백50만으로 그 대부분이 종로구·중구 등 좁은 도심 지역에 출퇴근하기 때문에 「러쉬아워」의 교통 혼잡은 이루 말할 수 없고, 현재의 노면 교통으로서는 이제 더 이상 교통 소통을 기할 방법조차 없어, 상당한 무리를 무릅쓰고 마침내 지하철 건설에 발을 내딛게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기공식을 갖게 되기까지 이 지하철 건설을 에워싸고는 몇 가지 잡음이 없지도 않았던 것으로 들린다. 문화재 관리 위원회는 이번 지하 전철 1호선의 노선 설계안이 동대문·남대문 등 중요한 문화재를 도괴 시킬 위험을 가진 것이라 하여, 만장 일치로 그 설계에 따른 저면 통과 승인 요청을 부결시켰다고 하며, 또 공사 기간중의 교통 소통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의구심이 표명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이번 공사는 때마침 선거기를 맞아 지나치게 서둘러서 공사에 착수함으로써 행여나 정치적 배려가 우선한 것이 아닌가하는 소리도 들리고 있으며, 한편 미구에 닥칠 우기에 대비해서 충분한 하수 시설이 없는 공사의 어려움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물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장래 발전을 위해 지하철 건설이 시급하고 필수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지하철은 그 건설비용이 비록 엄청난 것이라고는 하나, 장차 1천만명 가까운 시민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소음 등 공해 요인을 줄이고, 또 각종 평면 교우 차량들에 의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시민들의 신속하고 안전한 대량 운송에도 획기적인 도움을 주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로 이번 지하철 착공과 더불어 서울 시민들은 과거 반세기전 저음으로 노면 전차를 갖던 때와 같은 교통 혁명을 맞이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문제는 서울시 지하철 건설 본부가 그 건설에 필요한 내자와 외자를 현재의 시민들에게 과중 부담시킴이 없이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하겠으며, 지하 5m에서 7m 밖에 안 되는 지면을 달릴 지하철의 운행이 비단 문화재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건물까지의 도괴·위험성을 가져오지나 않을까 하는 의문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해소해 주는 가에 있다할 것이다.
문화재 위원회는 건물 밑을 얕게 통과하는 지하철은 현대식 철근 「콘크리트」건물과는 달리 목조 건조물인 동대문을 며칠 안 가서 도괴 시킬 것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지하철 건설당국은 즉시 이의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과학적 검토를 단행해 주어야 하겠다.
또 지하철 건설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 확보 대책에 대해서도 보다 선명한 설명이 아쉽다 할 것이다. 1호선 건설에만도 내자 1백99억원과 외자 1천9백40만「달러」가 들고, 2호선 에는 내자 6백14억원과 외자 8천3백만 달러, 3호선엔 내자 2백29억원과 외자 3천6백만 「달러」등 합계 1천4백81억1천만원이 들 이 공사는 거창하기 이를 데 없는 대 역사라 하겠다.
이러한 예산은 77년까지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매년 평균 2백40억원의 돈이 지하철 공사를 위해서만 소요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서울시 예산 6백억원의 3분의1을 훨씬 넘는 것으로, 서울시가 이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적기에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야말로 이 공사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물며 1호선이 착공되기도 전에 벌써 2호선과 3호선의 노선 결정을 발표한 것은 너무 서두른 것이 아닌지 의아스럽다.
그러나 어쨌든 이 역사적인 대 공사에 첫 삽을 넣게 하기 까기에 이른 양 시장의 의욕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로서는 이제 지나치게 공을 서두르지 말고 모든 일을 끈기 있게 계획대로 실천하는 인내와 성실한 행정 가적 수완이 크게 요구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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