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 층 확대 시급|세계 탁구 총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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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명고옥=노진호 특파원】제31회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는 11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7일 이곳 「아이찌껭」 체육관에서 막을 내렸다.
전 세계로부터 54개국 6백여 선수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우리 나라는 여자부가 단체전에서 일본과 중공에 이어 3위, 그리고 남자 단체는 북괴에 앞질러 8위를 차지함으로써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한국 탁구가 59년 「도르트문트」 대회에서 여자 단체 2위, 그리고 70년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도 일본을 격파하고 여자 단체의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대회의 3위는 하나의 도약대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세계 타이틀을 결정 짓는 이번 대회는 7개 부문 모두 중공과 일본의 대 각축이 예상되었으나 게임 결과는 중공의 독무대, 남자 단체에 이어 혼합 복식 여자 복식 여자 단식 등 4종목을 휩쓸었고, 일본은 여자 단체, 헝가리는 남자 복식, 스웨덴은 남자 단식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만들어진 경이적인 사실은 8연패를 노리는 일본이 혼합 복식에서 밀려났다는 것. 이외에 일본의 「고와다」(소화전) 「이또」 (이등), 「하세가와」(장곡천), 중공의 장칙동 등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개인전이나 단체전에서 무명의 상대방에게 패해 세계 탁구의 신진 대사를 활발하게 이루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스타」는 남자 단식 우승자인 스웨덴의 19세의 약관 「스텔란·벵트슨」을 비롯, 중공의 양재량·이경광 등과 여자부에 중공의 정회영·장립과 체코의「그로로바」 등-.
또한 기술면으로는 「테이블·테크닉」이 「롱」에서 「쇼트」로 전환한 것 이외에 공격을 중심으로 하는 정공법이 세계 탁구의 새로운 추세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중요시된다.
따라서 세계 제1의 수비 선수인 서독의 「셸러」가 무명의 선수에게 연패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하세가와」가 스웨덴의 「벵트슨」에게 패했다는 사실은 수비와 「롱·스타일」이 공격 선수에게 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세계 탁구는 수준 면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으나 선수 구성에서도 많은 문젯점이 지적된다.
물론 중공의 임혜경 같은 선수는 혼합 복식·여자 복식·여자 단식 등에서 3관왕이 되었지만 대부분 국가는 선수마다 전문 종목을 두고 자기의 전문 종목에만 전념케 하고 있다.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는 10여일 동안 전체력을 소모하는 「하드·스케줄」로 짜여 있어 유럽이나 일본 등 선수 층이 두꺼운 나라서는 선수의 체력과 특기에 따라 단체전과 개인전에 별도로 주력 선수를 투입시키는데 반해 우리 나라는 「에이스」들이 모든 종목에 출전, 자기의 전문 종목에 등한하지 않을 수 없어 초반에 끝나는 단체전에 「스태미너」를 소모해버려 중반 이후 개인전의 성적이 부진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일본 탁구 협회 회장 「고또·고오지」씨 (후등 갑이) 친 중공적 태도와 월남, 크메르와의 경기를 거부한 중공의 태도는 스포츠에 정치를 개입시킨 것으로 풀이되어 앞으로 세계 탁구의 명랑화를 위해서는 정치적인 작용이 모두 배제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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