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쫓는 일본 상혼|주 4원칙에 걸린 중공 진출의 딜레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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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일본 경제계가 중공의 대 서방 교역 창구인 광주 교역회에 사상 최대의 인원과 상사를 파견할 계획에 들떠 있다는 보도를 계기로 광주 교역회의 존재가 「클로스업」되고 있다. 광주 교역회는 중공이 무역 내용을 결정하기 위해 매년 봄·가을 두번 광동성 광주시에서 여는 무역 상담회를 위한 모임으로서 정식 명칭은 「중공 수출 상품 교역회」이며 올 봄에는 오는 15일부터 1개월간 열린다. 이번 교역회에는 전세계 1백30개국에서 1만여명의 상사 대표들이 모여들어 중공 시장에 파고들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동경=조동오 특파원>
특히 중공이 홍위병 파동 이후 중단됐던 기술 교류를 재개했으며 또 금년부터 시작된 중공의 제4차 경제 개발 계획에 한 몫 보려는 장삿속 때문에 올 봄의 교역회는 한층 붐빌 것이 예상된다.
정·경 분리를 내거는 서방 기업들은 중공과의 교역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문제는 중공이 정·경 분리를 인정치 않는다는데 있다.
더우기 작년 4월에 이른바 주 4원칙이 공포된 이후 일본의 중공 시장 진출을 싸고 한·중·일의 3국 관계는 미묘해져 가고 있다.
70년 중 일본·중공간의 교역 액은 8억2천만불 (통관 베이스)로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리고 일본은 중공을 잠재력 있는 거대한 시장으로 탐내고 있기 때문에 무역량을 늘리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주 4원칙에 굴복하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중공이 강요한 양자택일 작전에 말려든 일부 일본 기업들은 자유중국의 초청에도 응하지 않고 서서히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일본 장관 은 계약된 「레일」수출을 취소하기까지 했었다.
중공이 주로 수입하는 야금·건설 기계·전자 정밀기·석유 화학 제품 및 농약 등은 일본업계로 보면 마력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본 재계는 대 중공 무역에 있어서 수출입 은행 자금을 이용하고 중공산 식육을 수입하며 관세 차별 정책을 철폐할 것 등을 강력히 정부측에 요청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수출입 은행 자금 활용을 가장 긴급한 당면 문제라고 일본 재계는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서독·불란서·이태리 등이 대형 「플랜트」를 중공에 연불 수출하고 있는데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대 중공 교역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 것은 좌등 내각의 친 서방 정책이 아직도 확고함을 말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편으로는 경단련의 식촌갑오낭 회장이 친 서방측이라는 점도 하나의 쐐기가 되고 있어 일본 재계는 앞으로 있을 일본·중공 국교 정상화와 재계 지도자의 세대 교체를 기다리며 중공 접근 책을 서서히 밀고 나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형편이다.
그러나 중공이 지난 3월 일본과의 각서 무역 성명에서 일본의 한국 접근을 강력히 비난하고 인민 일보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꼬집어댄 것은 중공이 중공 시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저의를 드러낸 것으로서 일본 기업들에 양면 작전 대신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 일본 제철이나 풍전 자동차가 주 4원칙을 받아들였다, 아니다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일본 기업들의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자유중국 측도 중공에 동조하려는 일본 기업과는 손을 끊겠다고 선언하게 되어 두 마리 토끼를 쫓는 일본 기업들에 결단을 요구하는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이러한 주 4원칙의 영향이 한국에는 아직 광범위하게는 미치지 않고 있으나 중공이 한국도 자유중국과 똑같이 본다는 입장을 명백히 한 이상 일본 기업들은 한국·자유중국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될 「딜레머」에 직면해 있다.
일본 경제계가 이번 광주 교역회에 8백 사 1천5백명이나 대거 참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우선 중공의 시장을 점검하고 나서 태도를 결정하자는 복선이 깔린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의 제일 큰 시장인 미국은 경기 후퇴와 보호주의 경향으로 더 진출하기가 어렵고 구주는 지리적 조건이 좋지 않으며 동남아는 자립 경제를 지향하면서 일본 상품의 집요한 진출을 경계하고 있다.
여기서 군침을 돌리게 하는 시장이 곧 중공이지만 한국과 자유중국에 지금까지 공을 들여놓은 것도 아까운 것이 오늘의 일본 경제계의 입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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