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외국인 유학생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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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에 거주중인 중국인 교환학생 A(22)씨. 그는 이달 1일 대학 기숙사에 침입해 수백 만원대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아산경찰서로부터 구속영장을 받았다. A씨는 지난 달 24일 오전 아산 소재 모 대학 기숙사에 침입해 150만원 상당의 노트북과 현금 등을 훔치는 등 최근까지 아산소재 2곳의 대학 기숙사에 침입해 총 26차례에 걸쳐 현금 380여 만원, 총 9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절도 신고를 접한 후 대학의 기숙사 CCTV를 분석한 결과 A씨가 드나든 모습을 포착하고 긴급 체포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범행 초기에는 문이 열려있길래 침입해 금품을 훔쳤고 추후에는 문을 잠그지 않고 외출하는 학생들이 많은 점을 노려 계속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A씨는 훔친 돈으로 고가의 가방과 의류를 사거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 중국인 유학생 B(23)씨는 지난해 인터넷으로부터 차량 소유의 명의가 없는 일명 ‘대포차량’을 구입한 뒤 최근까지 운전하고 다닌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B씨는 자신의 대포차량을 지난달 도난 당하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차량번호를 조회한 경찰이 이를 수상히 여겨 B씨를 추궁한 결과 소유자 명의가 말소된 차량인 사실을 알게됐다. 또 각종 자동차세금도 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평소 이동이 불편해 차량을 구입하려고 했지만 방법을 몰라 어쩔 수 없이 인터넷으로 대포차를 구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B씨의 여죄를 캐는 한편 차량을 판매한 사람도 수배 중이다.

# 베트남 출신 유학생 C(21)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고가 스마트폰을 훔친 혐의로 아산 경찰서로부터 구속영장을 받았다. 그는 찜질방 등을 돌며 1000여 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훔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로 밀반출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산 경찰서는 C씨가 밀반출 과정에서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 수사하고 있다.

최근 지역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실정법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덩달아 이에 따른 시민들의 피해사례도 늘고 있다.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면밀한 관리감독과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천안 아산 지역 대학 등에 따르면 지역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교환학생과 어학연수생 등을 포함해 3000여 명에 이른다. 충남 전체 외국인 유학생(5600여 명 추산)의 반 이상이 천안과 아산에 거주하고 있다. 이는 2008년 보다 33% 이상 증가한 수치다.

 천안아산 소재 대학에서는 재학증명서 등 각종 서류와 직접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철저히 이뤄지도록 평가를 통해 인증 해주고 있다.

 특히 각 대학들은 1년에 4차례 자퇴생과 휴학생, 소재불명자 등 외국인 유학생 이탈율을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보고하게 하도록 돼있다. 만일 소재불명자가 10% 이상 되면 외국인관리부실대학으로 선정돼 최악의 경우 비자발급이 취소된다.

하지만 대학 측에서는 전과 기록 등 범죄 기록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외국인 유학생들의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유학생들 중 일부는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고 불법체류하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실시한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을 분석한 결과 2011년 충남 전체 17개 대학의 외국인 재학생 중 7%가 중도에 포기 혹은 탈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또한 지난해에도 4.5%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중도 탈락하는 학생 중에는 고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에 남아 불법으로 취업하는 등 적잖은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모 대학 관계자는 “간혹 한국에서의 취업을 위해 유학생으로 위장해서 들어오는 학생들이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도 달리 손 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학생 유치 이후 관리가 부족해 중도탈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유학생 규모 키우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2009년 유학생이 23명에 불과하던 백석대는 2010년 두 배인 53명으로 유학생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순천향대 95명, 상명대(천안) 55명, 나사렛대 30명이 증가했다.

 아산 경찰서 관계자는 “일부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다 보니 질 좋은 맞춤형 교육이나 편의제공은 이뤄지지 않고 유학생 숫자만 증가시키기 급급하고 있다”며 “이에 중도 탈락한 유학생들의 관리뿐 아니라 학교를 다니고 있는 유학생 관리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 거주자 수가 증가하면서 각종 외국인 유학생 강력사건이 늘고 있는 가운데 내·외국인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아산경찰서와 아산에 소재지를 두고 있는 각 대학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생활법률을 홍보하는 범죄예방활동을 실시 중이다. 추후 교육참여 유학생을 늘리고 좀 더 다양한 예방활동과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법률예방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유명화 아산경찰서 외사계 담당은 “유학생들이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지 않고,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 두 나라의 가교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며 “앞으로 아산경찰서와 지역 대학이 서로 연계해 유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많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문대 관계자는 “아산 지역에서 우리학교가 가장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이 중도에 포기하거나 탈락하지 않도록 관심을 쏟아 관리할 방침”이라며 “타 대학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보다는 관리에 신경을 쓸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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