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고혈압 환자 술 '한 잔', 잘 마시면 '약', 과하면 '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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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영국 교수

와인 한 잔이 심장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고혈압 환자에게도 와인 한 잔 정도는 도움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정상인이 알코올을 소량 섭취하면 심장과 혈관에 좋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여기서 ‘소량’이란 독주가 아닌 술로 여자는 1잔, 남자는 2잔 이하로 술을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소량의 알코올을 매일 마실 경우 2~4mmHG의 혈압강하 효과가 있고,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 성분도 증가한다.

그러나 술은 많이 마시면 독이다. 과다한 알코올 섭취는 고혈압 발병과 연관이 있다. 하루에 4잔에 해당되는 양을 마시면 오히려 혈압이 올라라고 맥박이 빨라진다. 1일 35ml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고혈압의 발생 위험이 5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장기간에 걸쳐 많은 양의 음주를 하면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이 빨라지고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의 발생률도 증가하여 심장의 수축기능이 약해지는 심부전이나 뇌졸중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또한 술은 고열량의 음식이기도 하기때문에 과음하게 되면 비만, 당뇨의 위험도 높이기도 한다. 만성적인 과음이 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알콜성 간염이나 간경화를 유발한다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되도록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고혈압은 ‘생활습관병’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고혈압 같은 성인병이 대부분 흡연, 과식, 과음, 운동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의 반복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는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약제를 사용하거나 생활습관 개선에 나서야 한다. 혈압을 조금만 낮춰도 심혈관질환의 예방 효과는 매우 크다. 간혹 환자들 중 고혈압 약을 한 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끊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겁을 먹고 약을 복용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은 방치될 경우 뇌졸중, 심근경색과 위험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는 생활습관의 개선과 함께 약 복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혈압을 조절하고 다스려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항고혈압제로는 다양한 약제가 사용되고 있는데 로사탄 등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여러 심혈관계 장점 때문에 많이 쓰이고 있으며 혈압이 더 높은 2기 고혈압 환자에게는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크고 부작용도 적은 ARB+CCB계열의 복합제가 많이 쓰이는 추세다.

식이요법도 잘 시행하면 혈압을 낮추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체중을 조절하고 소금 섭취를 줄이며,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의 섭취를 줄인다. 채소 등 섬유소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담배는 꼭 끊어야 한다.

알코올의 경우, 와인은 심장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앞서 말했든 많이 마시면 효과보다 악영향이 크다. 영국속담에 ‘모든 것을 적당히’라는 말이 있다. 알코올은 하루 1잔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꼭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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