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내내 차 없는 마을 … '사람 중심 도시' 수원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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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는 9월 ‘자동차 없는 마을’ 행사를 열어 영화동~북수동을 잇는 화서문로 900m 구간에 차량 진입을 한 달 동안 막았다. 지역 주민 2200가구도 행사에 협조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남쪽길인 화서문로엔 지난달 내내 자동차가 다니지 않았다. 경기도 수원시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미래도시의 생활상을 시민과 함께 체험한다는 취지로 ‘자동차 없는 마을’ 행사를 연 것이다. 9월 한 달간 이 길은 오토바이도 진입하지 못했고 자전거나 수레 정도만 지나갈 수 있었다. 화서문로와 가까운 행궁동 일대 2200가구 주민과 함께 기획한 행사였다.

 물론 반대하는 주민도 있었다. 그래서 시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생태교통 서포터즈’를 구성해 사업 취지를 알렸다. 반대하던 주민들은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모습에 하나 둘씩 마음을 열었다. 마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추진위원회도 시와 같은 목소리를 내줬다.

 시가 단순히 길만 막는 행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 환경 개선 사업으로 주민들에게 보답했다. 시는 이 지역 34만㎡에 130억원을 들여 전선과 통신선을 땅속에 묻고, 난립하던 상가 450여 곳의 간판과 벽면 디자인도 바꿨다. 불법 주정차가 난무하던 2차선 도로는 현재 화강석 바닥의 보행로로 바뀌었고 길가엔 전봇대 대신 소나무가 서 있다.

수원시가 `자동차 없는 마을` 행사를 열기 이전 차가 다니던 화서문로 구간. [사진 수원시]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수원시가 ‘2013년 도시대상’ 종합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수원시는 10일 전남 순천시에서 열린 ‘제7회 도시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도시대상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도시 발전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평가해 수상 대상을 선정한다. 평가 분야는 ▶정주문화 ▶경제활력 ▶녹색·안전 ▶주민참여 ▶계획역량 5가지다. 이 5개 분야는 62개 세부 지표로 나뉘어 평가 기준으로 활용된다.

수원시는 수원천 복원으로 올해 도시대상 종합평가 녹색·안전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개발 중심의 도시정책이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뜻으로 2000년 시작한 이 평가는 해마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관한다. 올해도 학계 전문가 50여 명과 국토부 공무원 10명이 참여해 7월부터 3개월간 서류심사·방문평가 등을 진행해 순위와 수상대상 도시를 정했다. 10위까지 종합순위를 공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위 수원시는 ‘자동차 없는 마을’ 사업으로 녹색·안전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과 함께, 공공도서관 건립, 청개구리 공원 준공, 수원교향악단 음악회 등으로 다른 모든 분야에서 고르게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자동차 없이 한 달 동안 생활하는 행사를 추진하면서 낙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마련했다”며 “‘수원의 미래는 시민이 만든다’는 목표로 계속해서 청소년 계획단 운영 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천 다리 밑에서 시민들이 직접 벽 타일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책에 주민 참여도를 높이겠다는 게 수원시의 목표다.

 도시대상 2위는 전북 무주군이 차지했다. 무주군의 중점 추진 사업은 ‘문화나눔’이다. 무주문화원 등 13개 단체를 통해 전통문화 행사와 문학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961명을 대상으로 공연·전시·영화 관람, 도서·음반 구입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무주군은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홍낙표 무주군수는 “내년 3월 문을 여는 태권도 교육·연구 시설인 태권도원이 문을 열면 태권도인의 성지로서 무주의 성장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3위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은 강원도 강릉시는 농어촌 지역의 골칫거리인 빈집 정비 사업을 추진해 지난해 253곳의 빈집을 정비했다. 노후 공동주택 보수에 나서는 등 주거여건 개선에도 힘썼다. 정주문화 분야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비결이다.

 도시대상 평가위원장인 이승일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업 유치 등을 통한 도시 경제활력 강화 분야는 지자체 대부분이 노력하고 있어서 평가에 큰 변별력이 없었다”며 “주민 참여나 도시 계획역량 같은 소프트웨어적 노력이 필요한 분야는 지자체 간 차이가 컸다”고 평가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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