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만 인구 중 15만 치매, 왕비가 돌봄 챙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복지 선진국 스웨덴은 실버산업 선진국이기도 하다. 왕실에서 관심을 기울여 치매 분야의료·돌봄 기술이 앞서 있다. 사진은 수도 스톡홀름 거리에서 마주친 노인들. [송의호 기자]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2.0%를 차지한다. 2018년이면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로 편입된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65세 이상이 2560만 명으로 20%를 넘어선 것이다. 일본은 이미 신호등을 밝게 하고 횡단보도의 턱을 없애는 등 공공시설을 고령사회에 대비해 바꾸고 있다. 세계는 지금 고령사회를 대비한 고령친화(실버)산업이 화두다. 국내외 실버산업의 현주소와 경북도의 추진 방향 등을 시리즈로 짚어 본다.

실비아홈.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왕립치매센터다. 스톡홀름 시청을 지나 서쪽으로 20분쯤 달려 정원수로 꾸며진 오솔길을 올라 하얀 실비아홈을 찾았다. 교육 책임자 로타 로우프가 시설을 소개했다. 실비아홈은 치매 초기 환자가 방문해 전문 간호를 받으며 낮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실비아는 스웨덴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의 왕비 이름이다. 실비아 왕비는 어머니가 치매로 세상을 떠나자 뇌 연구 등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1996년 재단을 결성했다. 치매센터는 왕립이지만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아담하고 편안한 집이다.

 치매 환자는 센터를 찾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뇌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요리나 정원 가꾸기, 물놀이, 장작 패기 등 다양하다. 간호사는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일과가 끝나면 평가를 한다. 로우프는 “여기선 ‘누가 환자고 누가 간호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이 최고의 찬사”라며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한곳에는 치매 환자용 보조용구 신제품 전시실이 있다. 환자가 침대에서 내려오면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 달린 카펫과 제시간에 알약을 먹게 하는 장치, 추억이 담긴 사진을 설명해주는 ‘말하는 사진첩’, 파란색 변기 커버 등 수십 가지가 진열돼 있다. 환자들은 색깔에 예민하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변기 대신 “파란 곳에 앉아”라고 하면 금방 인지하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전시를 통해 신제품이 환자에게 얼마나 편리한지 등을 점검한다. 실비아홈은 환자 간호뿐 아니라 치매 전문 간호사도 양성한다. 현재까지 전문 간호사 400여 명을 배출했다. 치매기관을 평가한 뒤 인증서도 발급한다. 스웨덴은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만 전체 인구 900만 명 중 15만 명에 이른다. 가정에 머무르는 환자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알츠하이머 등 치매 분야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왕실의 관심이 한몫한 것이다. 실비아홈은 치매를 연구하면 스웨덴은 물론 세계의 수요도 이끌어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65세 이상 세계 노인 인구는 2011년 6억4700만 명에 달했다. 전체 인구 70억 명의 9.1%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2000년 7.2%에 불과했으나 2020년 15.7%, 2050년에는 37.4%로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치매는 국내외 할 것 없이 가속화되는 고령사회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노인의 9.1%가 치매에 시달린다. 치매뿐이 아니다. 고령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세계는 이들을 겨냥한 건강·웰빙·문화 등 숱한 분야를 새로운 산업으로 탐색하고 있다. 이른바 고령친화(실버)산업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은 이미 실버를 주제로 한 세계박람회를 열고 있다.

 한국도 팔을 걷었다. 박근혜 정부는 실버산업을 140대 국정과제 중 아홉 번째로 설정해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경북도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16.5%)이 전국에서 둘째로 높다. 경북도는 경쟁력이 있는 지역의 정보기술(IT)·재활공학을 바탕으로 국내 실버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스톡홀름=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