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민원 끊이지 않는 아산 배방 신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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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재 건축반대추진위원장이 배방농협에서 짓고 있는 벼 수매창고를 가르키며 씁쓸한 표정을 보였다.

아산 배방신도시 주민들의 생활민원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신도시 부근에서 수년간 이어온 악취 문제로 아산시청에 생활민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에는 배방자이 1차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정문에 들어서는 농협 벼 수매창고에 대해 ‘공사 중단’외치고 있다. 바람 잘날 없는 배방 신도시를 취재해 봤다.

당초 계획과 다르다 … 창고 건축 결사반대

아산 배방자이 1차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인근에 세워지는 농협 벼 수매창고에 대한 강한 반발심을 드러내고 있다. 아파트 정문 앞에는 ‘아파트 관문 앞 농협 벼수매창고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대형피켓이 붙어 있으며 단지 곳곳에도 반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현수막들이 걸려져 있다.

 배방농협은 배방읍 갈매리 12-4번지 일원에 대지면적 8547㎡, 건축면적 1154㎡ 규모로 주 건축물 3동(사무실 1동과 농업용 양곡창고 2동) 규모의 양곡창고를 조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입주민들은 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달 27일 배방농협을 방문해 ‘1875세대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대단위 아파트 앞에 벼 수매창고가 웬 말이냐’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의 입장은 이렇다. 올해 4월 배방농협 관계자가 아파트 노인정을 방문해 농협 금융창구와 창고를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조성하고 추후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하나로마트를 건립할 계획을 갖고 있으니 협조를 부탁했다는 것. 노인정에 모여있던 30여 명의 주민들은 농협 금융창구와 하나로 마트가 건립되면 마을 발전에도 큰 이바지를 할 것으로 이해하고 서명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주민 편의시설은 온데간데 없고 벼 수매창고 2동과 관리실 1동만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고 불만을 터뜨렸다는 것이 반대추진위원회 측 설명이다.

 반대위원회 측은 공문을 통해 ‘당초 농협(금융) 창구가 들어온다는 감언이설로 노인정을 방문해 입주민 30~40명의 건축동의서를 받아간 직원을 즉시 파면하고 우리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하며 ‘벼 수매창고 공사에 이어 농기구수리센터를 짓는다고 알고 있다. 벼 수매창고 인허가를 위해 시 건축심의 위원회에 제출한 주민들의 건축동의서는 전체 주민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 농민 죽이는 농협이라더니 지역주민까지 죽이려 드는 것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노인정에서 서명을 했던 한 입주민은 “(농협)직원이 찾아와 ‘농협창구가 들어온다’고 말해 당연히 금융시설인줄 알고 기쁜 마음으로 서명했는데 알고 보니 창고였다”며 “조용히 공사하다가 입주민들이 항의하니까 이제 와서 공사개요를 현장에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조정제 건축반대추진위원장은 “창고시설이 아파트 바로 앞에 붙어 있다. 동의해 준 어르신들은 ‘농협이 사기쳤다’며 억울해하고 다른 입주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인근지역보다 비싼 생산관리지역인 창고부지가 차후 땅값 상승 등을 노린 농협의 부동산 투기의혹도 제기하는가 하면 현재 농협과 거래하고 있는 아파트 관리비뿐 아니라 모든 금융거래를 중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방농협에서는 벼 수매창고 건축을 위해 아산시에서 보조금까지 지원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민 혈세로 건축물을 지으려는 이들의 행동을 막기 위해 우리 주민들은 시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 추후 반대집회를 또 한차례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배방자이 1차 아파트 입주민들이 벼 수매창고 건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배방농협 측 “소통의 시간 갖자”

이와 같은 반대 여론 속에 배방농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또한 입주민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벼 수매창고 건축은 수익사업이 아닌 지역 농업인들의 숙원사업이라는 뜻을 전했다.

 정민영 배방농협 사업차장은 “아산은 아직까지 도·농 복합도시이기 때문에 농업인들이 많다”며 “벼 농사를 짓는 이들의 편의를 위해 접근성이 좋은 배방 자이아파트 인근에 벼 수매창고를 지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하나로 마트나 금융창고를 만든다는 계획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벼 수매창고를 건립한 뒤 상황을 고려해보겠다는 것이 배방농협 측 입장이다.

또한 여러 오해를 풀기 위해 수 차례 주민들과의 토론회를 주선했지만 반대위원회측에서 무산시켰다고도 했다.

농기계수리센터의 경우는 고려대상이 전혀 아니라고 못박았으며 일부 주민들이 도시 미관을 헤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아파트와 창고간의 거리가 30m이상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갖가지 나무들을 심을 예정이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차장은 “올해 4월 사업신청을 끝내고 7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현재 건물의 뼈대가 완성된 상태인데 공사중단을 요청하니 난감할 따름”이라며 “당장 대형마트 등 주민편의 시설을 지어준다고 약속했다면 그들의 주장대로 ‘사기’가 될 수 있지만 주민동의를 구할 당시 용도변경을 통해 추후 편의시설을 고려해보겠다고 이야기했고 창고를 완공한 뒤에는 바로 시행할 방침도 세웠다”라고 토로했다.

 시에서 보조금을 지원받는 사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산 농민들의 편의를 위해 건립되는 곳이기 때문에 시로부터 2억8000여 만원을 지원받았다는 것. 시민의 혈세로 낭비를 한다는 반대위원회 측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동산 투기의혹에도 배방 농협 측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배방농협의 또 다른 관계자는 “농협이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민들의 항의는 지나치다”라며 “농협은 조합장 개인소유가 아닌 농민들과 주민들의 이익을 창출해주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이어 “11월 초까지는 공사를 마무리 짓고 벼를 수매해서 저장해둬야 하는데 계속 미뤄지니 난감할 따름”이라며 “주민들과 소통의 시간이 마련된다면 오해를 풀고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볼수 있을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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