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엔 '그대 뒤의 블루' … 푸른색 배낭이 대세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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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소재를 처음으로 가방 제작에 사용.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든다고 해 ‘오바마 가방’이란 별명으로도 불림. 미국 브랜드 ‘투미’ 얘기다. 이 브랜드는 설립 37년째인 지난해 4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상장의 의미는 본격적인 세계 공략 채비를 갖췄단 뜻이다.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을 발판으로 더욱 활발하게 영업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미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 세계 직원을 대상으로 올 가을·겨울용 신상품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브랜드의 상품 디자인을 책임진 빅터 산츠(36·사진)를 만났다. 산츠와 함께 ‘대통령 가방’의 디자인 스토리, 최근 가방 트렌드에 대해 알아 봤다.

‘투미’란 브랜드는 갖가지 기능을 더한 다양한 가방 종류와 여행 가방으로 유명하다. 브랜드가 생긴 지 40년에 가깝지만 가장 크게 대중의 주목을 끈 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덕분이었다. 2004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오바마 당시 후보가 투미 가방을 든 모습이 자주 언론에 노출됐다. 검정 가죽으로 된 서류 가방으로 투미의 ‘알파’ 시리즈였다. 인기 대통령 후보가 어딜 가든 들고 다니는 가방에 자연스럽게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이후 전 세계 어느 매체든 이 가방을 ‘오바마 대통령 가방’이란 별칭으로 부르게 됐다. 영국의 일간 신문 인디펜던트는 “지도자의 가방”이라 칭하기도 했다. 빅터 산츠는 “‘오바마 대통령 가방’이라 불린 것의 효과는 컸다. 대통령이 드는 가방이라면 그만큼 뭔가 특별하고 좋아 보였을 것이다. 이전부터 우리 브랜드에선 여러 기능을 갖춘 다양한 가방을 만들어 왔는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됐다. 그걸 보고 따라 산 사람들에겐 ‘나도 대통령 가방을 들었어’ ‘나도 미국 대통령만큼이나 (좋은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있어’란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 시리즈를 비롯해 투미 가방 제작에 얽힌 스토리에서 재미있는 건 ‘남들과 다른 가방’이란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종류의 가방. ‘알파 브라보 녹스’ 배낭(1)과 ‘알파 비즈니스’ 서류 가방(2), 알파 비즈니스(2)는 ‘오바마 대통령 가방’이라 불리는 것의 진화형 모델이다.

남들이 생각 못 한 걸 담는 디자인 센스

방탄 소재를 처음 가방 제작에 쓴 것이라든가, 여행용 가방에 노트북 컴퓨터 공간을 따로 둬 공항에서 간편하게 보안검색을 받을 수 있게 한 것 등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걸 가방 디자인에 끌어들인 브랜드가 투미”라는 설명이었다.

“투미 가방에 특허 받은 방탄 소재를 쓴다. 왜 가방에 방탄 소재일까. 오래 쓸 수 있어서다. 때도 덜 타는데 견고한 것이다. 알파벳 U자 모양으로 디자인한 지퍼를 살펴볼까. 단순하게 일(一)자 형태로 지퍼가 달려 있을 때를 먼저 상상해 봐라. 지퍼 입구가 작은데 손이 크면 안 들어가고 불편하다. 지퍼 길이를 늘리면 되지만 그러면 모양이 이상해질 수 있다. 이때 지퍼 자리를 U자로 만들고 여기 맞는 지퍼 장치를 달면 입구는 커지고 U자 지퍼는 독특한 디자인 요소도 된다. 생각해서 실행에 옮기면 되지만 그렇게들 하지 않았다. 투미가 먼저 했고, 고객이 알아 봤고, 우리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뭔가 특별하게’ 보인 것이다.” 그의 자랑이 이어졌다.

‘보야져’ 가방(3)과 얼그레이차 색상의 ‘아스토 월도프 더플’ 가방(4)은 도시 생활에 맞춰 나온 모델이다. 일상용이나 가벼운 여행에도 맞도록 고안됐다

“우린 이걸 ‘와우 효과’라 부른다. 세세하게 부분 부분 살펴보면 고객들이 ‘와우’ 하고 감탄하게 된다는 뜻이다. 투미 것을 써 보기 전에 가방을 쓰면서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했던 게 투미 가방에 구현돼 있으니까, 쓰면서 ‘와우’ 하게 되는 거다. 주머니 안쪽에 방수천을 대서 찬물통을 넣게 만든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거지만 투미가 먼저 시도한 것들이다.”

여행용 가방 ‘베이퍼’(5). 롤러블레이드에 쓰는 견고한 바퀴 4개가 달려 있어 무겁게 짐을 넣어도 손쉽게 옮길 수 있다. [사진 투미]

특허 소재, 다른 가방에 없는 장치, 보통천과 또 다른 소재 사용 등은 기능을 높여주는 동시에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고기능, 복합 소재를 쓸수록 재료 원가, 제작 공임 등이 올라간다. ‘오바마 가방’ 종류는 방탄 나일론으로 된 것이 약 50만원, 가죽으로 된 건 80만원 정도다. 비슷한 크기의 보통 브랜드 가방에 비하면 꽤 비싼 편. 산츠는 “가격 상승 요인인 건 맞다. 다행인 건 이런 값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투미 고객이라는 것이다.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용도에 맞는 가방을 사려는 사람들 말이다. ‘와우 효과’ 덕분인지 하나를 산 사람은 다른 종류의 가방도 투미에서 사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편리한 기능, 다른 가방엔 시도조차 하지 못한 기능 등등. 기능에 대한 강조를 듣다 보니 투미 가방에 주머니가 너무 많아 보였다. 흔한 배낭 전면에 대여섯 개의 지퍼를 달아 수납 공간을 세분화해 내놓은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수납할 곳이 많은 가방이 좋긴 하지만, 여러 군데 있으니 정신 사납고 뭘 어디에 넣어 뒀는지 잘 모를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산츠는 “고객이 주머니를 어떻게 사용하든 간에 그때 그때 목적에 부합하려면 수가 많은 게 맞다”고 했다. “용도에 맞게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어떤 용도로 쓰라고 특별히 정해진 건 아니니까 말이다.”

‘알파 브라보 르준’ 배낭(6)은 특허 소재인 방탄 나일론으로 제작됐다. 뒤집어놓은 U자 모양 지퍼는 가방업계에서 처음 선보인 디자인이다. 지퍼 시스템 자체가 특허로 56㎏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지퍼 부분만 떨어져 나가고 지퍼는 열리지 않아 주머니 내용물을 보호한다고 한다.

필요한 기능은 무엇이든 응용한다

방탄 나일론으로 가방을 만든 건 어떤 목적에서였을까. “튼튼하고 실용적인 가방을 디자인하려고 했다. 원래 옷에 쓰던 소재다. 가방에 못 쓸 것 없다고 생각했다. 투미는 여행용 러기지에 롤러블레이드 용 바퀴를 달았다. 그 전엔 여행 가방용 바퀴가 따로 있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투미에선 해당 제품 이외의 다른 것에서도 소재를 찾고 연구를 한다. 필요한 기능이 다른 어떤 것에 쓰였다면 무엇이든 가져다 가방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산츠는 “사람들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이 디자인에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산츠가 자랑하는 여러 가지 기능적 요소가 요즘 가방, 특히 배낭 같은 것엔 많이 반영돼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투미 가방엔 특허 소재가 많이 쓰인다. 투미만 만든단 얘기다. 배낭에서 꺼내지 않고도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는 노트북 컴퓨터 담는 기능도 특허 디자인이고. 경사지게 만든 배낭 지퍼 디자인도 있다. 지퍼를 여닫기 좋게 만든 거다. 소비자가 미처 깨닫지 못하지만 투미 쓰다가 다른 브랜드 써보면 알 수 있는 차이점이다. 배낭 어깨 끈만 해도 여러 개의 특허 디자인과 소재가 적용돼 있다.”

산츠는 “올 가을·겨울엔 푸른색을 눈여겨 보라”고 조언했다. “푸른색 자체가 트렌드다. 투미 고객들은 대개 최신 유행 동향에 민감하다. 똑똑한 여행용 가방, 배낭 등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니 전 세계 곳곳 다니고 유행이 뭔지 직접 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서다. 그러니 더욱 트렌드에 신경 써서 디자인 한다. 특히 푸른색 배낭을 꼭 하나 장만해 두면 좋을 것이다. 서류가방 형태보다는 배낭에 꽂힌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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