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업의 생산적 기반 촉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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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경련은 며칠 전 「전자공업의 현황과 개발대책」에서 정부가 전자공업의 성장성에 착안, 그 산업적 기반을 공고화하는 한편, 이를 수출전략 산업화하는 두 갈래 방향에서 특별한 지원시책을 베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견해는 얼마 전 산은에 의해서도 개진된바 있었음을 상기할 때, 경제단체와 전문 기구들에 의한 이렇듯 거듭된 건의는 우리가 처한 경제적 상황과 발전단계, 그리고 금후의 소비지향 등에 견주어 전자공업이 다음단계에 전략적으로 중점 육성돼야 할 산업임을 유력히 시사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전경련의 건의는 한마디로 전자공업이 노동·기술 집약적 성장산업으로서 내·외 수입전망이 좋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는 ①교육된 인력 ②비교적 낮은 임금 ②알맞는 기후 조건 등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①경제단위에 미급한 기업규모 ②낙후한 기술 수준 및 ③생산구조의 취약성 등으로 인하여 수출경쟁력이 극히 약하고, 따라서 최신의 「노하우」(기술)와 「링크」된 적극적인 외자 유치 및 수요 저변확대로 대외 경쟁력을 제고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굳이 이러한 전경련의 지적이 없더라도 오늘날의 전자공업이 빠른 템포의 기술혁신 추세에 발맞출 수 있는 적응력과 광범위한 대중소비 기반 위에 선 양산체제를 제일의 적 요건으로 삼고있음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라하겠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명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으로서는 우선 전자공업과 관련된 자금·기술 사이드의 외자 도입 환경을 정비하고 동시에 과감한 수요개발 시책을 펴 나가야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산업정책은 전자공업에 관한 한 앞에 적시한 전제와는 엇갈리는 몇 가지 문젯점을 지녀왔음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내·외국인 및 합작 업체 별 지원시책이 공평을 결하고 다른 업종과의 관계에서는 형평을 잃은 느낌이 없지 않다. 기술의 첨단을 가는 선도적 산업으로서 「국제화」의 요청이 절실한 전자공업에서 폐쇄적인 내·외자 및 합작업체별 차등 시책은 득보다 실이 클 것이며 새로운 산업분야로 발돋음 하는 기업들의 정통적인 발전과정을 뛰어넘어 성급히 이를 수출 산업화하려면 자칫 그 기업지반을 사상누각으로 만들 우려도 있는 것이다.
둘째, 전자제품에 대한 유례 없는 고세율·고가격 정책이 초치한 수요억제효과는 외국의 전자공업이 향수 해온 염가·대량판매의 발전 유인과는 정면으로 상충되어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국내 전자공업의 발전을 오히려 정체하는 방향으로 거꾸로 억제해 놨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적 문젯점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모처럼 성숙된 전자 공업분야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무드가 냉각될 것은 물론, 최근에 나타난 일본 전기기기 메이커들의 대 미 경유수출구상이 한국기피와 대만 및 싱가포르 이주로 낙착될 뿐만 아니라 그나마의 기존 전자업체들도 기업으로서의 장기적 존립기반이 흔들릴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 상공 당국은 작년 말에 1단계로 TV 등 각종 전자제품의 가격인하에 의한 내수기 반 확충과 합작 업체에 대한 시판 허용으로 수출 유인을 주는 두 가지 주요한 정책적 단안을 내린 바 있으며, 이는 효율적 전자 공업 육성을 위해 시의 적절한 어프로치였다고 당시에 이미 본 난도 지적한 바가 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이러한 유인시책 조차도 아직도 기동을 거는 점화적 역할을 못했으며, 따라서 이 기회에 당국은 금융세제 외자 도입 및 수출 등의 모든 연관 정책에서 전자공업의 「국제화」를 가능케 하는 과감하고 제일적 결만을 시급히 내려야 할 것임을 다시 한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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