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은 인지전에 개입할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편집자주>「라오스」의 전략요새 「체폰」을 월남군이 점령한 지금, 월맹군 5만이 「체폰」주변에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어 조만간 「체폰」에서 인지전개전이래 최대규모의 결전이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중공수상 주은래가 군수뇌 등 6명을 대동, 급거 「하노이」를 방문, 「하노이」수뇌와 요담한 후 「하노이」에서의 군중대회에서 월맹지원을 약속했다. 이와 같은 정치·군사적 상황은 마치 한국전 전야와 같다는 일부관측과 함께 인지전에의 중공개입가능성을 싸고 차차 논쟁이 일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정세에 비추어 「볼티모·선」지의 평론가 「마퀴스·차일즈」씨의 중공개입가능성에 관한 글을 전재한다.
미국이 「아시아」대륙에 대한 애증의 관계에서 이미 한번 겪은 바와 같이 「아시아」의 지평선에 드리운 중공의 그림자는 대단한 것이다. 「닉슨」행정부는 중공의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듯 하지만 앞으로 수주, 수개월 안에 인지전이 확대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닉슨」행정부 고위관리들은 두 가지 이유에서 중공의 인지개입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첫째 이들은 문화혁명의 혼란을 거친 중공이 이제 질서회복과 생산증가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어서 「하노이」를 군사적으로 지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중공군의 3분의2가 아직도 긴장이 가시지 않은 4천「마일」 중소국경지대에 집결되어 있어서 병력을 제2전선에 분산시킬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오스」 및 월맹침공위협에 대해 중공이 직접 개입으로 응수할 것이라는 시사를 월맹이 처음으로 공공연히 들고 나왔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시사는 다름 아닌 「파리」평화회담 월맹 수석대표인 「수안·투이」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공산정권은 그런 소리를 경솔히 하지는 않는다. 이런 중대발언은 당사국간의 신중한 막후협의를 거쳐서 나오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오스」침공이 계획단계에 있을 때부터 북평성명이 조금씩 더 강경해진 사실을 주목해야한다. 2월8일 북평의 외교부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포했다. 『미국의 대거 「라오스」침공작전은 「인도차이나」 인민뿐 아니라 중공인민 및 전 세계인민에 대한 중대한 도발행위이다. 「라오스」는 중공과 밀접한 이웃이다. 중공과 「라오스」인민은 친근한 형제이다.』 뒤이어 『미국침략자를 패주시키기 위해 전면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성명이 발표되었다.
이런 성명은 이미 귀에 익은 상투적 선전공세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적어도 20년 전 상황의 산울림과 같은 유사성을 풍긴다는 점을 고려해야 될 것이다.
「맥아더」군대가 압록강에 접근해갈 때 북평이 나타낸 반응은 최근에 들려오는 중공의 경고 및 비난과 흡사하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워싱턴」이 중공군개입의 비현실성을 설명하는 근거도 지금과 비슷했다.
즉 그 당시 「워싱턴」은 중공의 공업시설이 미국폭격기에 의해 파괴되는 걸 북평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주은래는 북평주재 인도대사에게 만약 미군이 압록강으로 진격한다면 중공군이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 경고는 당시 「네루」인도수상을 통해 「워싱턴」에 전달되었다. 그러나 「워싱턴」은 이 경고를 묵살했고 그 결과 중공군은 미군에 대해 최초의 패배를 맛보게 했다.
이때 중공은 만주공업지대를 공급하는 압록강유역의 발전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개입했던 것이라고 요즘 「워싱턴」 관리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들 관리들은 중공이 인지에서 그런 동기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중공측 공갈은 선전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관료주의의 안이한 울타리 밖에 있는 「아시아」문제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전 일본주재 대사이고 현재 「하버드」대 교수인 「에드윈·라이샤워」씨는 「캄보디아」·「라오스」·월맹공격이 그때마다 위험율을 높이고있다고 보고있다.
「워싱턴」과 북평은 다같이 엄포를 놓고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위험천만한 엄포이다. 월맹침공에 관한 「닉슨」대통령의 엄포와 중공군개입에 관한 북평의 엄포-그것은 71년판 전쟁일보전정책(brinkmanship)이다.
지난주 「워싱턴」에 「에밀리오·콜롬보」 「이탈리아」 수상이 방문했다. 그는 「워싱턴」 고위관리와의 회견에서 「이탈리아」가 북평정권을 승인하고 중공의 「유엔」가입필요성을 인정하는 이유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
미국의 후견을 받고있는 나라를 제외하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에 대해 눈을 감고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가 되고 있다. [볼티모·선지=마퀴스·차일즈 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