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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래의 월맹방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일 「하노이」 방송은 중공수상 주은래가 중공중앙위군사위부의장 섭검영, 중공군참모차장 구회작, 중공군병참책임자 「왕·유·핑」 등을 대동하고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4일간 「하노이」를 방문, 월맹지도자들과 일련의 회담을 가졌었다고 보도했다.
주은래는 월맹측이 베푼 환영회석상에서 중공은 계속되는 미국의 인지전쟁확대에 대항, 적절한 준비를 완료했다고 말하고 미국의 군사행동으로 야기되는 모든 『중대한 결과』는 미국정부가 책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라오스」 및 「캄보디아」 확전이 월맹으로부터 월남 내 「베트콩」부대들에 보내지는 보급 「루트」에 중대한 위협을 주고있고, 또 한편에서 월남군의 월맹침공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이루어진 이번 주은래의 월맹방문은 그가 내동하고 간 자들이 중공군의 최고위급간부에 속하니 만큼 각별한 주목을 요하는 것이다. 중공은 월남전쟁이 인지반도 전역으로 확대됨에 따라, 월맹을 강력히 지원한다는 태도를 밝히고 중공영토 각지에서 확전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여왔었는데, 이번에는 수상 주은래 자신을 사절로 파견함으로써 「하노이」측의 사기를 고무하고 군사원조·경제원조의 증가를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주은래의 월맹방문은 중공군이 혹은 인지전쟁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관측을 짙게 한다. 군사전문가들의 견해에 의하면 현재 중공이 인지전쟁에 투입할 수 있는 지상병력은 약7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하는데, 전략적인 면에서 현재로서는 보급 「루트」를 확보할 자신이 없어 행동을 망설이고 있다 한다.
중공은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북위17도선 이북의 월맹이 미·월남군의 지상공격을 받게되면 그때야말로 중공군이 개입치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언명하면서도 『민족해방운동의 자력구제』를 역설하여 왔다.
그러므로 주은래의 월맹방문이 곧 중공의 군사개입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속단일 것이다. 그렇지만 주은래가 지적한대로 인지전쟁에 대비, 『적절한 준비』를 완료했다고 하는 중공측의 주장은 반드시 허장성세에서 나온 호언장담만은 아닐 것이다.
주은래의 「하노이」방문의 진의는 군사개입태세의 준비완료를 시위함으로써 「사이공」 정부측의 월맹침공을 사전에 봉쇄하려는데 있지 않은가 생각되기도 한다. 월남군이 17도선을 넘어 북진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월간에도 현저한 견해차가 있어 결국 하나의 설로만 끝나고 말리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지배적인 여론이다. 그렇다면 중공의 군사개입 위협도 단순한 「제스처」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할 것이다.
현재 중공은 짧은 시일 안에 「유엔」에 가입코자 외교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있고, 또 월맹에 대한 군사원조, 경제원조의 책임을 둘러싸고 중공·소련간에는 날카로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으니 만큼 그들이 섣불리 인지전쟁에 개입, 목마르게 평화를 희구하고있는 오늘의 세계여론 앞에 고립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은래의 「하노이」 방문이 일종의 「심리적인 확전」임은 누구도 부인을 하지 못할 것이니 「사이공」 정부를 도와 인지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연합군측은 중공측의 동태를 날카롭게 관측하면서 전쟁의 영예로운 종결을 가져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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