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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옆 LA처럼 마카오 옆 헝친다오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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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마카오는 세계 최대의 도박 도시다. 카지노 수입으로 2007년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따라잡았고, 연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만 3000만 명이 찾은 이 도시에서 도박 외에 관광객들이 즐길 만한 여흥이 별달리 없다는 게 문제였다. 라스베이거스와 가까운 로스앤젤레스(LA)엔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있다.

 마카오 옆에 중국의 LA를 만들기 위해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진행한 프로젝트가 헝친다오(橫琴島)다. 마카오와 바다를 사이에 둔 섬으로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 속해 있다. 50억 달러(약 5조3700억원)를 들여 3년 동안 건설한 침롱(長隆)국제해양리조트가 다음 달 이곳에 개장하는 등 아시아를 대표할 규모의 위락단지가 완성 단계에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8월 헝친다오를 경제개발구로 지정했다. 이후 광둥성과 마카오·홍콩 정부가 공동으로 개발해 왔다. 헝친다오는 마카오와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2개의 해저터널로 연결돼 있다. 홍콩과 마카오, 헝친다오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 대교가 예정대로 2015년께 완공되면 홍콩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면적은 마카오의 3배에 달하는 데다 긴 해변, 울창한 삼림 등 빼어난 자연경관까지 겸비했다. 헝친다오 신구(新區)관리위원회의 뉴징(牛敬) 주임은 “마카오는 면적은 좁은데 사람이 너무 많다. 레저·관광지로서 이곳은 훌륭한 보완재”라고 말했다.

 마카오엔 없는 대규모 리조트와 대형 스포츠 경기장, 골프 코스, 요트 선착장 등을 건설 중이다. 타깃은 중국의 부호들과 한국·대만·필리핀·베트남 등지의 여행객들이다. 현재까지 2400억 위안(약 42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홍콩의 재벌그룹인 슌탁(信德)과 이탈리아의 호화요트 제조업체 페레티,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 호텔&리조트 등이 헝친다오에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 중이다.

  굴과 잉어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 작은 어촌마을은 상전벽해를 경험하고 있다. 3000명에 불과하던 인구는 최근 3년 사이 8000명 가까이 늘었다. 2020년 즈음엔 28만 명이 거주하고 역내총생산(GRDP)은 560억 위안(약 9조8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중국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시내 중심가엔 중국은행과 농업은행 등 이곳에 자금을 댄 대형 은행들, 1880개 객실을 보유한 산호빛 대형 호텔이 들어섰다. 1만5000명의 학생이 다닐 마카오 대학 캠퍼스도 내년 2월 문을 연다. 섬을 관통하는 6차로도 깔렸다. 섬 중심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다른 주하이 지역의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중국 정부는 홍콩·상하이와 같은 국제화 지역으로 조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헝친다오에 입주한 기업에 대해선 부가가치세와 소비세 면제, 일정한 자격을 갖춘 회사는 법인세의 15% 감면 등 혜택을 준다. 해외에서 헝친다오로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대해 세관 통관 절차, 수입관세가 면제된다. 단 헝친다오에서만 유통된다는 조건 아래서다. 위안화와 홍콩 달러, 마카오 파타카 간 화폐 자유 태환도 추진되고 있다. 뉴징 주임은 “헝친다오는 고립된 섬이기 때문에 위험을 통제하기 쉽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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