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진통하는 독일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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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권위와 전통의 「심벌」처럼 되어온 독일의 대학들이 급변하는 사회현상으로 체질개선의 진통을 겪고있다. 격증하는 학생 수와 새로운 지식의 폭발은 「탁월한 교수중심」의 전통적인 「인스티투트」제도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하고 있어 요즘 독일의 「캠퍼스」에서는 『교기의 권위가 뭐냐?』 『대학의 민주화』 『학생의 대학 행정 공동참여』『교육과정 조직에서 교수과 학생의 공동 토론』『일방적 강의 대신 「세미나」를 통한 교수·학생의 긴밀한 접촉』 『「인스티투트」제도대신 「디파트먼트」제의 도입』등의 「슬로건」으로 대학의 체질개선을 부르짖는 압력이 대단하다. <베를린=이선구통신원>
변천하는 사회현상에서 오는 이러한 압력들은 1809년 「빌헬름·폰·훔불드」에 의해 근대적인 대학으로 출발할 때, 실용과 효율을 강조하고 발전해온 미국의 현대 대학들과는 그 이념을 달리 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독일의 근대 대학제도는 교수와 연구의 두 분야를 통합한다는 원칙 밑에 한 사람의 탁월한 교수를 중심으로 그를 따르는 학생들이 모여 강의와 「세미나」형식의 학문의 전당을 마련한다는 「훔불트」의 대학 이념에 의해 약2세기 전에 출발했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오늘날 독일의 대학들이 직면하고있는 개선의 구체적인 문젯점들을 보면-.
▲격증하는 대학생 수=고교졸업자가 늘고 대학생의 수가 급증하여 한 교수가 연구와 행정을 맡아 독자적인 각 「인스티투트」의 책임자 노릇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
자신의 학문에 학생들을 참여케 하고, 그들의 학업에 긴밀한 접촉을 주어 보람있는 결실을 맺게 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진 것이다.
이러한 현실문제로 독일의 대학들은 대학의 저질화를 방관하느냐? 또는 그 구조를 전폭적으로 고치느냐의 양자택일을 강요 받고 있다.
학생수 격증으로 「인스티투트」책임자인 교수들의 비례하는 행정사무는 학문의 새로운 연구결과와 접할 기회가 적어지고, 교수내용이 빈곤해지며 많은 수의 저질 교육을 받은 대학졸업자가 나온다는 악순환을 거듭하고있다. 여기서 「인스티투트」제 대신 「디파트먼트」제로의 상도개혁을 부르짖는 소리가 높아진다.
▲「인스티투트」제에서 「디파트먼트」제로=철저한 「디파트먼트」제를 통해 각 교수의 동등권리를 보장하고 같은 수의 학생을 분담시켜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북미대학의 「모델」이 크게 「어필」하고 있다.
독일의 한 교수가 80목∼1백명 학생을 부담하는 것과 「캘리포니아」대학의 교수-학생 비율이 1대3이라는 사실은 지나친 교수부담을 알 수 있게 한다. 권위적이며 등급적으로 조직된 「인스티투트」제는 수석교수가 엄청난 행정사무를 맡고있어 본래의 「연구와 교수의 일치」 대신 「행정과 교수의 일치」로 변모, 학문적 연구와는 거리가 멀어지고있다. 강의할 자격을 가진 교수수의 부족도 콘 문제다. 지금껏 독일대학에서의 강의는 「하빌리타치온」(Habilitation)이라는 교수자격의 논문 및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자연 한 교수에게 수많은 학생들이 몰려들게 되는 것이다.
▲「도그마티즘」에서 자용으로=지금까지 독일의 대학들은 인문과학 중에서도 관념론이나 「도그마티즘」에 집착해왔다. 「상아탑」속에 묻혀 스스로 일상생활과 멀리하는 대신 주위의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현실 진단·미래 전망의 대학으로 변모하자는 것이다. 항상 회의심을 갖고 경험적인 태도로 학문에 접근한다는 미국 대학들의 전통을 차츰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지난 수년동안 대부분의 독일대학들은 화려, 장대한 입학식을 완전히 없애거나 대폭 간소화하고 있다.
사회로부터 그 구조가 가장 낡았다고 지탄받던 독일의 대학들이 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지향하고있는 개선의 방향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체질개선의 방향들=①지금까지 변화 및 개혁을 저해해 온 「인스티투트」제 하의 한 교수 전권을 학생·교수와 직원3자가 공동 결정한다는 「베를린」대·「함부르크」대 등의 소위 「J분 원칙」으로 대체하는 방법.
②국가관리의 국립대학제도에 창의와 환상의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사학을 집중 지원하거나 국립대학내에 개인의 창의를 발휘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방법.
③「아비투르」(Abitur=고졸 증명서)를 가진 자만 대학입학자격을 주지 말고, 직업학교나 실업학교를 나온 사람에게도 진학의 견을 열어 줄 것과 대학 졸업자들이 현직에 있으면서도 일정기간 대학에 와서 교육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 것.
④만학을 연관, 통합한다는 「전체교육」과 완고한 「이데올로기」에의 집착대신 「이론」·「기술」의 단계에 맞게 대학구조를 재편성하는 방법.
⑤지금까지 교수 자격을 부여하던 「하빌리타치온」대신 조교수제를 만들어 교수의 절대 수를 늘리고, 「스테이터즈·심벌」처럼 되고있는, 박사 시험 대신 획일적인 졸업시험을 부과하는 일.
⑥끝으로 개혁의 촛점이 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대학의 민주화」다. 독일의 대학들이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주원인이 「탁월한 교수의 굉장한 강의」에 있었다. 이러한 권위적 구조를 지양하고 일방적인 강의대신 『대학교육이란 학생들에게 질문과 토론 요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큰 의미가 있다』는 새로운 대학 이념에 따라 교수와 학생이 가까이서 끊임없이 대결할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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