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 원격진료 이번엔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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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터넷으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의사-환자 진료가 얼굴을 맞대는 대면(對面)진료만을 진료로 인정해 왔으나 앞으로 인터넷으로도 진료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인터넷 진료(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8일 밝혔다. 1988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25년 만이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인과 의료인, 의료기관과 의료기관 간의 원격진료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원격의료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의 아이콘(상징물)이어서 앞으로 창조경제 활성화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시행 여부는 다소 불투명하다.

 보건복지부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주 중 입법예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원격의료를 허용하되 참여하는 의료기관을 동네의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대상 질병도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로 한정한다. 고혈압·당뇨는 한 번 진료받고 나면 새로운 진료를 추가하는 게 아니라 혈압·혈당 수치를 관리하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재진(再診) 환자를 대상으로 하되 초진 환자(처음 진료받는 환자)를 포함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만성질환 환자 외에도 거동이 불편한 환자, 노인·장애인 등 원격의료가 필요한 일부 환자를 포함하기로 했다. 이런 환자는 고혈압·당뇨 외의 질환도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산간벽지·섬 지역 등의 환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의사협회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동네의원 중심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결국 큰 병원으로 확대될 게 뻔하다. 그러면 큰 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더 심화돼 동네의원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원격의료는 88년 서울대병원이 도입한 뒤 줄곧 시범사업만 해 왔다. 복지부는 2010년과 지난해 산간벽지·섬 지역·교도소 등 의료취약 지역 거주자(446만 명 추정)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려 했지만 18대 국회가 반대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김혜미 기자

◆원격의료=의사가 인터넷 등 통신망을 이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를 진단하거나 처방을 지시하는 일. 의사와 환자가 얼굴을 맞대는 대면진료와 구별된다. 1988년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2002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과 의료인, 의료기관과 의료기관 간의 원격의료는 허용됐다. 지금은 강원도 등 농어촌 지역에서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연결해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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