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깨진 애틀랜타와 글래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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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과 선수의 사이는 부부와도 같다. 부부는 혼인 신고서를 작성하고 선수와 팀은 계약서를 작성한다. 기쁠때나 슬플때나, 궂을때나 맑을때나 함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한 실제로 결혼생활에서 방출이나 트레이드는 없지만 양측의 합의하에 헤어짐을 맞이한다. 부부사이를 헤어지게 만드는 것이 다툼이며, 다툼의 근원은 서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톰 글래빈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지난 16년간 쉼없는 인연을 맺어왔다. 37의 나이,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준비해야하는 말년에 들어선 글래빈은 명예로운 퇴진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글래빈은 6일(한국시간) 정들었던 애틀랜타를 떠나 숙적으로 평가받는 뉴욕 메츠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3년간 3,500만달러의 보장을 받았고 추가 옵션을 제공받을만큼 좋은 조건이었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다. 지난 2년간 재계약을 둔 글래빈은 애틀랜타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팀을 떠나는 것은 그렉 매덕스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뉴욕 메츠가 달려든 글래빈영입전의 승자는 당연히 브레이브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맥없이 깨졌다.

글래빈과 브레이브스와의 사이에 금이가기 시작한 것은 브레이브스의 협상자세였다. 브레이브스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마자 1년간 900만달러라는 터무니 없는 금액을 제시했고, 이때부터 글래빈의 마음이 서서히 브레이브스를 떠났다. 이후로도 브레이브스의 협상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또 한가지 글래빈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브레이브스가 마이크 햄튼을 영입한 후에서야 본격적인 협상자세를 갖췄다는 것이다. 통산 242승과 사이영상을 수상한 투수의 자존심은 일순간에 무너졌다.

만일 브레이브스가 처음부터 적극적인 자세와 함께한 동료라는 의식으로 글래빈을 대했다면, 매덕스-글래빈-햄튼-케빈 밀우드로 이어지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운드를 구축했을지도 모른다는데서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동반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철칙은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브레이브스는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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