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직원·알바생이라도 문자 해고통보는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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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을 갓 넘긴 카페 직원에게 문자메시지로 해고를 통보했다면 효력이 인정될 수 있을까.

 서울 종로구 소재 A카페 주인인 가모씨는 2011년 11월 김모씨와 권모씨 등 2명을 수습직원으로 채용했다. A카페는 상시근로자 7명인 매장으로 김씨는 매장관리업무를, 권씨는 커피 등 음료를 만드는 일을 담당했다. 하지만 한 달여 뒤 가씨는 이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문자’를 보냈다. ‘지시 불이행 등으로 금일자로 파면조치했음을 통지합니다. 이의가 있으시면 법원에 청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씨 등은 이에 반발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위원회는 “근로기준법 27조에 따라 해고통보는 ‘서면’으로만 하게 돼 있는데 문자메시지는 서면으로 볼 수 없다”며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가씨는 “김씨 등은 정규직이 아닌 수습직원인 만큼 해당 법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13부(부장 반정우)는 가씨가 중앙노동위원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반드시 서면에 의해 해고 통보를 하도록 한 법 규정이 수습직원 및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35조에 6개월 미만 근무하거나 수습 사용 중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는 해고 30일 전에 해고통보를 미리 해야 한다는 규정에 대한 예외를 말하는 것”이라며 “수습 사용 중인 근로자라도 서면으로 해고를 통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면이란 문자 그대로 종이로 된 문서를 의미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대로 해석해야 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전자문서가 서면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모든 업무가 전자적으로 진행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A카페의 모든 업무지시 및 이행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이뤄졌다는 사정이 없는 만큼 서면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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