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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평판도 4 → 2위 … 고대, 연구 부문서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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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상위권 대학 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져 학교 간 격차가 줄어드는 ‘상향 평준화’가 올해도 이어졌다.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포스텍·KAIST는 물론 최상위권 종합대들이 연구력 강화와 국제화에 전력을 쏟은 결과다.

 연구력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인 국제 논문 현황을 보면 이 같은 추세가 뚜렷하다. 우선 연구의 질을 반영하는 국제 논문 1편당 피인용 횟수(2010~2012)에서 선두는 포스텍(3.5회)이었다. KAIST(2.6)·연세대(2.5)·서울대(2.3)·고려대(2.2)·성균관대(2.0) 등은 대학 간에 차이가 적었다. 종합대의 약 30%를 차지하는 인문사회·체육 분야는 교수의 논문당 피인용 수에서 고려대(0.86회)·연세대(0.75)가 서울대(0.58)를 앞섰다. 지난해 교수 1인당 국제 논문 수도 포스텍(4.4편)·KAIST(3.6) 외에 서울대(2.9)·고려대(2.8)·성균관대(2.7)·연세대(2.3)는 혼전 양상을 보였다. 이 지표를 인문사회·체육 분야로 국한하면 성균관대(1인당 0.59편)·고려대(0.57)·연세대(0.42)·서울대(0.36) 순이었다.

 이런 현상은 대학 평판도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20년간 전국의 기업·교육계 인사에게 대학의 평판을 물어왔다. 지난해까진 ‘SKY(서울·고려·연세대)’가 번갈아 평판도 1~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지난해 4위였던 성균관대가 올해 2위로 올라섰다. 평판도 설문 문항 중 ‘신입사원으로 뽑고 싶은 대학’ ‘향후 발전 가능성’에서 1위를 한 덕분이다. ‘전공·교양교육이 우수한 대학’ 문항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포스텍은 5년 만에 맞수인 KAIST를 앞섰다. 올해 대학평가 31개 지표 중 10개에서 만점을 받았다. 의대가 있는 종합대를 제외하면 포스텍은 교수 1명당 학생 수(12명)가 가장 적다. 그럼에도 지난해 세계적인 면역학자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서동철 교수를 영입하려고 연봉 3억원, 3년간 연구비 37억원을 제시하는 등 우수 교수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얻은 수입액(교수 1인당 1964만원)도 지난해에 비해 15% 늘어 KAIST(1643만원)보다 많았다.

건국대 생명공학과 오덕근 교수(오른쪽 셋째)와 학생들이 분자효소연구실에서 세포 배양실험을 하고 있다. 2001년 30위였던 건국대는 올해 대학평가에서 16위로 상승했다. [김성룡 기자]

 성균관대(3위)는 적극적 투자로 교육·연구여건을 개선하면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여건 개선은 교수 유치, 연구업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자체 연구비를 전년도보다 16.1% 늘려 262억원을 투입했다. 외부지원 연구비 역시 4.9%(총 1774억원) 늘었다. 지난해 ‘글로벌 톱 10’ 사업을 통해 정보통신·경영 등 15개 분야에 최대 10억원을 지원했다. 이공계 교수 1인당 기술이전 수입액도 지난해에 전년보다 약 27% 늘어났다(916만원, 전국 6위).

 고려대(4위)도 연구 부문을 발판으로 종합순위가 상승했다. 지난해 자체 연구비(145억원)를 전년도보다 44% 늘렸다. 김상식 산학협력단장은 “학과·단대별로 국내 경쟁 대학이나 세계 100위권 대학의 연구실적을 목표로 삼아, 결과에 따라 연구비를 배분하는 목표관리제(MBO)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인문사회·체육 계열에서 연구성과가 뛰어났다. 학술지 영향력 등을 감안한 이 계열의 국제논문 점수는 고려대가 0.47점으로 성균관대(0.4)·연세대(0.35)·서울대(0.33)보다 높았다. 올해 신규 임용 교수 87명 중 47명을 외국인으로 뽑았다.

 지난해보다 순위가 하락한 대학들은 재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서남표 전 총장의 진퇴 문제로 내홍을 겪었던 KAIST는 내부 정비가 한창이다. 2월 취임한 강성모 총장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대신에 ‘샘물 같은 조용한 변화’를 강조한다. 경쟁보다 창의력을 중시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수업료를 차등 부과하는 성적 기준도 완화할 방침이다.

 서울대는 교수연구 부문 지표가 전년도보다 다소 낮아졌다. 외부지원 연구비(5036억원→4707억원), 자체 연구비(65억원→41억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교수 1인당 지적재산권(12위→17위), 기술이전 수입액(10위→13위)도 순위가 하락했다. 등록금 대비 학부생 장학금 비율(232억원, 25.2%→212억원, 23.6%)도 다소 줄었다. 하지만 교수당 국제학술지 논문(4위→2위), 국제 논문의 피인용(3위→2위) 등은 순위가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강준호 기획부처장은 “우수 교수 유치, 단과대별로 진행된 교수 승진 조건 강화가 시너지를 내 연구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사전트 등 외국인 교수를 적극 유치해 올해 외국인 교수 비율(4.7%)도 지난해(4.3%)보다 올랐다.

 연세대는 올해 국제학술지 논문(3위→6위), 국제 논문의 피인용(1위→6위) 순위가 하락했다. 자체 연구비(131억원→97억원)도 줄어 교수연구 부문 순위(5위→8위)가 떨어졌다. 연세대는 융복합 연구에 승부를 걸고 있다. 올 3월 개설한 미래융합연구원엔 현재 50여 개 연구센터가 활동 중이다. 김상준 연구부처장은 “의대·공대·이과대는 물론 인문사회 계열 등 교수 600여 명이 참여 중”이라며 “학문 간 벽을 허무는 성과가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연세대는 ‘셀’ 등 저명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낸 교수에게 편당 최대 1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한은화·하선영·성시윤·윤석만·이한길 기자
자료 조사·분석=김효진·안세환·김은혜 연구원
사진=김성룡 기자

※ 보다 자세한 정보는 중앙일보 대학평가 홈페이지(univ.joongang.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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