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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의 힐링푸드] 제로칼로리 음료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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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지인 중에 유독 제로칼로리 콜라(사진)만 찾는 분이 있다. 약간 살집이 있는 분인데, 그분이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햄버거·파스타 등 모두 탄산음료와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콜라를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으니, 낮은 제로칼로리 제품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로칼로리 콜라는 살 빼는 데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살을 더 찌게 할 수 있다.

제로칼로리 콜라에는 설탕 대신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넣는다. 칼로리는 g당 4㎉로 설탕과 같지만 설탕의 200분의 1 정도만 넣어도 같은 단맛을 내기 때문에 칼로리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아스파탐의 이런 장점이 오히려 살을 더 찌게 할 수 있다. 기전은 이렇다. 우리 몸은 혀를 통해서 느낀 단맛을 기준으로 몸에 들어온 칼로리를 예측한다. 그런데 아스파탐을 넣은 음료를 먹으면 혀가 느낀 단맛만큼 실제 칼로리가 몸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예측한 만큼 당분이 들어오지 않으면 뇌가 몸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입에는 에너지 섭취를 더 늘리라고 명령한다. 단맛을 느낀 만큼의 칼로리를 어떻게든 더 섭취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더 찾고, 신체는 칼로리 소비가 적어져 결국 살이 더 찌게 된다는 논리다.

실제 이에 대한 연구도 여럿 발표됐다. 미국 퍼듀대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일반 설탕이 든 요구르트를, 다른 그룹은 사카린을 넣어 저칼로리로 만든 요구르트를 먹게 했다. 그 결과,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저칼로리 요구르트를 먹은 쥐들은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평균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갔고, 체지방도 늘었다.

더욱이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아스파탐이 인체 내에서 분해될 때 아스파르트산·메탄올·페닐알라닌으로 분해되는데, 모두 독성이 있는 물질이다. 메탄올은 다량 섭취하면 실명하거나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현재 아스파탐이 든 제로칼로리 음료의 1일 허용섭취량은 1㎏당 40㎎으로 제한돼 있다. 성인은 16캔, 어린이는 5.3캔에 해당하는 양이다. 하지만 이는 독성을 일으키지 않을 만큼의 섭취량이다. 이만큼 마셔도 건강에 나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매연에 얼마 이상 노출돼야 암에 걸리지만, 전혀 노출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콜라와 같은 기호식품을 전혀 먹지 않을 수는 없다. 섭취 횟수를 줄이거나, 꼭 먹어야 한다면 캐러멜색소·카페인·인산염(치아와 뼈를 부식)이 없는 사이다가 조금 더 낫다. 탄산의 톡 쏘는 맛 때문에 마신다면 탄산수로 대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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