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감금하고 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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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의 대통령 후보실에선 김대중 후보가 내주부터 지방 순시를 하도록 계획을 짜고 있으나 몇 가지 사정이 있어 그 계획이 허물어질지 모른다.
김 후보의 지방 순시를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공화당이 될수록 선거를 일찍 치르기 위해 3월20일께는 대통령 선거 날짜를 공고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데…. 순시 계획이 흔들리게된 이유는 후보실 계획이 당사무국과 아무 협의 없이 짜여져 일방적으로 지방에 전달되어 잡음이 생긴 것과 또 『이재형씨 탈당이라는 내우가 있는데 지방 순시가 그렇게 급하냐』는 비판이 있기 때문.
신민당은 이재형씨의 탈당으로 당 조직에 적지 않은 혼선을 빚어 이씨계 서클인 정민회는 중앙 상무 위원 및 전당 대회 대의원급의 탈당계 만도 2백여장이 된다고 주장.
정민회는 탈당계의 처리와 앞으로의 진로 문제를 맡은 9인 대책 위원 중 원내 진출 가능성이 높은 사람과 과격파를 제외해서 5인 소위로 줄여 신중한 대책을 세우기로 했는데 이씨가 12일 홍콩으로 떠나 일본·미국 등지를 1개월 남짓 여행할 계획이어서 모든 문제는 5인위에 전권 위임된 셈.
이씨는 탈당한지 며칠이 지나도록 신민당 모씨에 대한 분을 못 식혀 『장학량이 서안에서 장개석을 감금했듯이, 나도 그 사람을 우리 집 지하실에 감금하고 싶었다. 한입으로 두 가지 말을 않겠다고 맹세할 때까지 말야』라고 했고 정민회 사람들에게는『각자의 크고 작은 정치 목표를 달성하는데는 덮어놓고 의리와 인정에만 끌려 당장 내 뒤를 따를 필요는 없다』 고 종용.
한편 정일형 선거 대책 본부장은 11일 상오 사직동으로 이씨를 방문, 약 10분간 요담 했는데 이씨는 『의례적인 위문 인사를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한달 남짓 구·미·중동 각국을 순방한 정일권 공화당 총재 고문이 귀국한 10일 하오 김포공항에는 2백여명의 각계 인사가 출영했다.
검게 탄 얼굴로 트랩을 내린 정씨는 출영객들과 악수를 나눈 뒤 『외국엘 가보니 박 대통령 영도하의 지난 10년간 치적이 돋보이더라』면서 『모든 면에서 노력을 다해 박 대통령을 돕겠다』고 했다.
이날 공항에는 이조일 감사 원장을 비롯, 남덕우 정내혁 이한림 김태동 신범식 서일교 오치성 유민상 양탁식 김계원 권오병 이석제씨 등 전 현직 각료와 김창근 이병희 이현재 양정규 (공화) 김홍일 (신민) 의원 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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