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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 대학「커틀라인」|서명원 <서울대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합격」과 「낙방」의 희비쌍곡선이 그려지는 요즘 커틀라인이란 용어처럼 많이 쓰이는 말도 드물 것이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매스컴」의 활약 또한 비상하다. 이 드릴 있는 숫자를 캐내기까지의 「영웅담」을 들어보면 여기에도 희비극이 있을 것이다. 고교 입시의 커틀라인도 있지만 커틀라인의 매력은 역시 대학별·과별에 따라 커틀라인이 다른 대학 입시의 경우가 크게 문젯거리이다. 수험생과 입시 문제가 매년 다르기 때문에 커틀라인을 연도별로 비교하는 것은 별로 뜻이 없는 것이지만, 수년간의 「커틀라인」을 비교함으로써 입시전략을 세워 성공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것도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모 대학·모과의 「커틀라인」이 점점 굳어져 가는 기현상이 생기고 있어 대학 교육에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우선 들어가고 보자』는 초조감에서 작전을 쓰겠지만 입시 후는 적성과 흥미에 맞지 않아 전학·전과 희망자가 어느 대학에서나 부지기수인데 그 길은 매우 좁아서 학생들의 불평불만은 물론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출신교의 합격자 수와 합격률을 과시하기 위해서 적성을 무시하고 진학 지도를 하고 있는 고교 당국의 맹성이 촉구되는 바이다.
사정회에서 느끼는 일은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 무자비하게 점수로 끊고 보면, 0·5의 차이로 낙방의 고배를 마시게 되는 수험생이 있다.
애석한 마음으로 원서를 들여다보면 교육 환경이 좋지 못한 벽지 고교의 수석자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0·5를 더 따서 합격한 대도시 고교 출신의 평범한, 또는 열등한 학생이 과연 앞으로 4년간에 떨어진 전자보다 장래성이 있단 말인가? 과연 공정한 선발 방법인가? 적성 발견을 위해서나, 커틀라인 높은 과를 택해서 떨어져 나가는 학생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도 과별로 (또는 대학별로) 입학시키는 현 제도를 지양하고, 계열별로 입학시켜 1, 2년 후에 전공을 택하도록 하는 새로운 방안이 근자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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