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원전 기준치 2만 배 오염수 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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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기준치의 2만 배에 달하는 고농도 오염수가 유출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B남’ 저장탱크. 도쿄전력은 지형상 비스듬히 기울어진 탱크(사진 속 빨간 원)에 빗물을 제한용량까지 담았다가 이것이 넘쳐버려 인근 배수로를 통해 태평양 바다로 새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후쿠시마 AP=뉴시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2일 기준치의 2만 배에 달하는 고농도 오염수가 유출됐다. “(오염수 영향이) 완전히 차단돼 있다”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발언을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3일 “오염수 저장탱크 주변에 고인 빗물을 별도의 탱크에 옮기는 과정에서 탱크의 제한용량까지 가득 채우다 보니 (지형상)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탱크에서 오염수가 넘쳤다”며 “(오염수가) 바다로 새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유출된 오염수의 양은 430L(0.43t)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탱크 안의 오염수를 조사한 결과 스트론튬 90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이 L당 58만 베크렐 검출됐다. 이는 법정 방출 허용치(30베크렐)의 2만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번 오염수 유출 지역은 지난 8월 고농도 오염수 약 300t이 탱크에서 유출된 지점과는 다소 떨어진 ‘B남’ 저장탱크군으로 태평양에서 불과 200~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또한 탱크 바로 옆 수m 지점에 배수구가 있어 이곳을 통해 오염수가 바다로 직접 흘러갔을 공산이 크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3일 “아베 총리는 ‘오염수 영향은 (원전 전용) 항만 내의 0.3㎢ 내에서 완전 블록(block·차단)돼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번에) 오염수는 항만 밖(태평양)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2일 오전 9시쯤 1차 이송 작업 후 (유출을 확인해) 응급조치를 취한 밤 9시까지의 최장 12시간에 걸쳐 오염수 유출이 계속됐다”며 “이 사이 낮에 한 차례 점검을 했지만 유출을 발견한 건 밤 8시가 지나서였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도쿄전력은 “오염수 저장 탱크는 통상 내부의 오염수가 넘칠 것을 우려해 제한용량의 80~90%까지 채워왔다”며 “하지만 최근 탱크 주변 콘크리트 보 안에 고인 빗물까지 저장하다 보니 (탱크 전체 양이) 부족해져 99%까지 채워온 게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또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비가 많이 와 (오염수 유출과) 분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청은 오염된 토양을 수거할 것을 도쿄전력에 긴급 지시했다. 사토 유헤이(佐藤雄平) 후쿠시마현 지사는 “관리가 형편없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해당 해역의 바닷물을 즉각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아베 총리의 ‘완전 차단’ 발언과 오염수 유출 사고의 관련성에 대한 질문에 “대응책이 충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컨트롤(통제)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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