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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유해정보 … 네이버는 도박 다음엔 음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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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시 서초구 사는 중3인데 맞짱 뜨실 분’. 지난해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이른바 ‘맞짱 폭력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 중학생은 “싸움은 경험이 중요한데 실전경험 좀 쌓아보려 그러니 한판 뜨실 분 문자 주세요”라며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다. 사이트에선 동영상으로 싸움 방법을 가르쳐주고, 칼이나 무기를 사고팔거나 칼 돌리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작대기’(히로뽕 주사기의 은어), ‘크리스탈’(순도 70% 넘는 히로뽕), ‘물뽕’(물에 탄 히로뽕’) 등의 은어를 사용하며 히로뽕 사진까지 게시한 인터넷 카페, ‘부산 대리부 지원합니다. 임신될 때까지 해드립니다. 질병도 없고 건강합니다’라는 정자 매매 글이 올라온 카페,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가 링크된 블로그,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은 포르노물이 버젓이 올라 있는 웹하드(인터넷 이용자들이 컴퓨터 파일을 공유하는 장소)….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국내 3대 포털이 유해 정보의 온상이 된 것은 알려진 일이지만, 오히려 해가 갈수록 이런 불법·유해 정보의 유통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이 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로부터 받은 최근 4년(2010년~2013년 8월)간 시정 요구 현황에 따르면 네이버·다음·네이트에서 발생한 유해 정보에 위원회가 시정을 요구한 건수는 2010년 5192건에서 2011년 6030건, 지난해엔 1만883건으로 3년간 계속 늘었다. 올해는 8월 말 현재 이미 1만295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포털 중 가장 많은 시정 요구를 받은 곳은 네이버였다. 2010년에서 2013년 8월까지의 전체 시정 요구 건수 3만5066건 중 네이버에 대한 시정 요구가 64.6%(2만2648건)에 달했다. 이어 다음(1만1840건·33.8%), 네이트(578건·1.6%) 순이었다.

 특히 포털별로 유해 정보가 ‘특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에선 도박과 불법 식·의약품 거래, 다음에선 성매매·음란물과 권리침해 등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의 경우 시정 요구의 79.3%, 불법 식·의약품은 시정 요구의 84.3%가 네이버에서 발생했다. 금전이 오가는 바카라·카드·룰렛 등의 사행성 게임뿐 아니라 스포츠 베팅 사이트 정보가 주로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유통되고 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 관계자는 “스포츠 베팅 사이트는 합법적인 스포츠 베팅에 비해 높은 환급률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지만 운영자가 베팅 금액만 받고 환급금을 지급하지 않아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대포통장·대포폰 개설, 난자·정자·장기 거래, 자격증 위조 등 법령을 위반하는 경우도 네이버(76.1%)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다음은 성매매와 음란물 유통(52.4%), 권리 침해(61.6%)로 시정 요구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김기현 의원은 “포털사들이 광고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침해하는 문제는 방치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대형 포털의 자정 노력과 제도 개선 내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부족하면 과감한 페널티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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