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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반론 기고

흑백논리로 왜곡해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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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단거리 경주에선 바람이 기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맞바람을 안고 달린 기록과 바람을 등지고 달린 기록을 그냥 비교해서는 안 된다. 중앙일보 9월 26일자에 게재된 박명림 교수의 칼럼 ‘도대체 MB는 왜 집권했는가?’는 이런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여건 변화는 간과한 채 세계경제가 대호황이던 2007년까지 5년과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은 2008년 이후 5년을 평면 비교했기 때문이다. 옹졸한 편 가르기로 비칠 수 있지만 반론의 편의를 위해 박 교수의 분석 틀을 그대로 원용한다.

 참여정부의 연간 성장률(4.3%)은 세계경제 성장률(4.8%)보다 낮았으나 이명박정부(2.9%)에선 세계경제와 성장률이 같아졌다. 뒤져 있던 격차를 따라잡은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당수 국가의 국민소득이 뒷걸음치면서 우리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07년 세계 43위에서 2012년 27위로 껑충 뛰었다.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5위에서 27위로 올랐고 2011년엔 선진국 평균을 넘어섰다. 경상GDP 순위가 13위에서 15위로 하락한 점은 아쉽지만 이는 인구와 환율효과 때문이다.

 세계무역의 침체를 뚫고 수출 역시 선전했다. 2007년 세계 12위였던 수출규모는 2012년 이탈리아를 뛰어넘어 7위로 발돋움했고 사상 최대의 경상흑자를 달성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셈이다. 물가상승률은 이명박정부가 0.4%포인트 높지만 세계경제 물가도 같은 폭만큼 뛰었다. 국제유가가 두 배 가까이 치솟고 국제 곡물가 역시 급등한 점을 헤아리면 선방한 셈이다. 일자리 측면에서도 2008년 이후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고용률이 급락하고 실업률은 폭등했지만 우리는 고용률과 실업률이 모두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상용직 비율이 54.0%에서 62.7%로 급증했지만 비정규직 비율은 35.9%에서 33.3%로 줄어 고용의 질도 나아졌다.

 더 반가운 것은 외환위기 이후 진행되던 양극화 추세를 뒤집은 점이다. 지니계수, 소득5분위 배율, 중산층 비중 등 분배지표가 2010년부터 3년 연속 개선된 것은 세계적인 분배 악화 추세에 비추어 괄목할 성과다. 총지출 대비 복지지출을 2007년 25.8%에서 2012년 28.5%로 높이는 등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하려고 힘썼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재정 건전성 유지에 최선을 다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증가폭은 4.1%포인트로 참여정부(12.1%포인트)보다 훨씬 낮았다. 아울러 대외채무 비율이 크게 낮아지고 외환보유액이 많이 늘었으며 환율 변동성은 줄어드는 등 대외 건전성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런 점들을 인정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우리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렸으며 그중 한 곳은 일본보다 높은 등급을 부여했다. 거의 모든 나라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된 점을 떠올리면 참으로 뿌듯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29위에서 22위),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29위에서 8위), 골드먼삭스 성장환경지수(18위에서 2위)도 순위가 크게 올랐다.

 그 밖에 겨울올림픽과 녹색기후기금 유치, 주요20개국(G20) 의장국 수임, 원조국 전환, 원전·물관리시스템·훈련기와 잠수함 수출, 미국·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돌파, 노조 전임자 축소 등 경제와 연계된 성과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끝으로 박 교수는 남북교역 및 경협 총액이 참여정부보다 많았다며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을 ‘퍼주기’로 규정했다. 개성공단 교역은 기술적으로 남북교역 통계로 잡히지만 실제는 개성공단 진출기업의 내부거래다. ‘퍼주기’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박 교수는 이명박정부 때 본격 가동된 개성공단을 모두 ‘퍼주기’로 둔갑시켰다.

 어떤 정권이든 공과 과가 있다. 근거 없는 폄하보다 진지하게 공과를 따져 미진한 점을 보완하도록 힘을 모을 때다.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