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에 선 국방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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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6일 정내혁 국방부장관은 새해 들어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인 당면국방정책에 관해 광범위에 걸친 소신을 밝혔다.
이날 그가 밝힌 것을 요약하면 ①2만 명의 주한미군감축계획서가 작성완료 됐다는 것 ②국군장비현대화의 서열·장비종류·식량 등이 한미간에 합의를 보았다는 것 ③1억5천만 달러 의 추가 군 원과 1억 달러의 방위차관 교섭이 매듭지어졌다는 것 ④M-16공장이 올 봄에 착공되리라는 것 ⑤주월 한국군의 단계적인 철수문제가구체적으로 협의되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을 비롯해서 ⑥군 기구의 폐합 ⑦예비군의 전력화 ⑧군기문제 등 실로 광범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번 기자회견은 총체적으로 주한미군의 감축과 주월 국군의 철수문제 등에 관하여 처음으로 그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다는 점과 또 우리의 국방체제가 자주국방체제로 이항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일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주목을 끌만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우리의 국방체제는 지금 일대 전환기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로 우리의 국방문제는 창군이내 오늘날처럼 거센 변혁에의 필요 앞에 부딪친 때가 드물다 할 것이며, 지금이야말로 이 격동하는 변혁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국방태세 전반의 획기적 강화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 기회에 우리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주국방체제로의 환에 따르는 정신면에서의 방위의지강화와 군수물자의 국산화를 위한 잠재력 량의 배양문제라고 생각된다.
정 국방은 전기한 기자회견에서 군 기구의 폐합과 조정, 그리고 3군 통합 안이 마련됐음을 말하였는데 우리의 소견으로는 차제에 현행 군정신 교육 기기를 재조정하여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것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한편 주한미군의 감축에 따라 국군현대화 계획이 한미간에 합의되고 이에 따르는 특별 군원이 확보하게 된 것은 그런 대로 다행한 일이라 하겠지만 군수물자의 국산화 역시 시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 국방은 M-16공장이 올 봄에 착공될 것임을 말했으나 아직 콜트 회사와 국방부사이에는 계약서조문을 에워싸고 몇 가지 이견이 상존 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M-16공장 설치문제는 3년 전 1·21사태직후부터 논의되어 오던 것인데 그 동안의 경위야 어찌됐건 그것이 아직도 완전히 매듭을 짓지 못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현재 이견이 상존하고 있다는 계약조건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소상히는 알 수 없으나 자주국방을 논의하는 정부로서는 조속히 그 매듭을 지어 하루빨리 공장이 가동하도록 가일 층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또한 M-16공장이 설치되면 비단 M-16만이 아니라 그것을 발판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화기를 생산하여 자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이 공장건설에 발맞추어 그 밖의 군수물자생산을 위한 국내기업의 계열화와 그 육성방안도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일단 유사시에 대비한 자주국방태세를 논의하면서 관련된 민간기계공업의 계열화 등 시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종합적인 청사진이 아직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국민적 입장에서 큰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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