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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납치 음모로 번진 반전운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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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작년11월 미 연방수사국(FBI)국장 「에드거·후버」는 『생명구출을 위한 동해안 음모단』이라는 반전조직이 정부고위관리를 납치할 음모를 꾸미고있다고 상원세출위의 한 비밀증언에서 밝힌 일이 있다. 「후버」는 마침 그때 1천명의 FBI정보원증원에 요하는 자금을 얻어내려고 증언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출위 위원들을 비롯한 일부정객들은 돈을 타내기 위한 공갈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품었었다.
최근 「존·미첼」법무장관이 발표한 「헨리·키신저」대통령 특별보좌관 납치와 연방정부건물 난방시설폭파 음모적발사건은 바로 두달 전 「후버」FB1국장이 말한 사건과 동일한 것으로서 지금까지 비폭력적 수단으로 반전운동을 전개해온 평화운동단체의 변질을 보여주는 중대사건이라고 해서 크게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아직 사건전모가 발표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법무성에서 제시한 증인의 증언이 구체성이 없을 뿐 아니라 이사건의 본질이 구체적 범행에 있는 것이 아니고 미필적 모의에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은 평화단체를 탄압하기 위한 검찰 측의 음모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측이 발표한 사건내용을 보면… 징병기록을 대량 태우는 등 극적 반전시위로 유죄판결을 받은바있는 형제신부「대니얼·베리건」·「필립·베리건」과 성심회 수녀「엘리자베드·매컬리스터」등 7명의 음모단이 「워싱턴」대통령의 생일인 2월22일을 기해 5개 연방정부건물의 난방시설을 파괴하고 다음날엔 월남전의 실질적 정책을 책임지고있는 「키신저」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을 납치하여 「닉슨」대통령이 월남전을 끝장낼 때까지 억류하려 했다는 것.
이 음모를 밀고한 동조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와 같은 음모를 편지에 써서 두 번 밀봉한 후 동료들간에 오갔다고 하는데 밀고자는 그 서한의 복사를 제시한 것도 아니고 다만 그 내용만 검찰에서 진술한 것이다. 이 음모사실이 알려지자 당사자인 「키신저」는 약간 장난기 섞인 어조로 『「섹스」에 굶주린 수녀들이 나를 탐낸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닉슨」대통령에게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가 피납된 다음에 몸값을 지불하지 마시오』라는 「메모」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 법에 따르면 범죄음모는 고의범에 속한다. 유죄요건은 첫째 범행을 저지르기로 두 사람 이상이 합의하고 둘째 최소한 그중 하나가 구체적 행동을 취했음을 증명해야된다. 유죄판결이 내릴 경우 최고형은 종신형이다.
피고를 변호할 변호사로는 소위 「시카고」7인의 반전운동자들을 열정적으로 변호했던 「윌리엄·쿤슬러」가 맡고 있다. 민권·반전등 반체제운동의 변호를 전문적으로 맡아온 「쿤슬러」변호사는 자기가 맡은 사건을 이념의 차원으로 넓혀 재판을 사상적 토론의 광장으로 극화하는 특성을 가진 법률가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불가피하게 음모사건 자체보다 반전 운동에 대한 정부의 탄압여부가 크게 각광을 받게될 것 같다. 더구나 밀고자의 한사람이 정신분열증으로 70년 중순에 정신병원에 입원을 해서 법정증언의 자격이 없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변론이 추상적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도 없지 않을 듯.
당사자인「베리건」신부는 벌써부터 혐의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는 『월남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우스개로 만들어 버려 평화운동을 궤멸시키려는 행정부의 음모』라고 비난하고 있다.

<당사자들 음모부인>
「베리건」형제는 『태생이 저항아』, 「에이레」출신의 아버지 「톰·베리건」도 열렬한 사회주의적 색채를 띤 노동운동자였다. 「대니얼」은 1939년 「예수」회 신부가 됐고 「필립」은 군에서 소위로 제대한 후 흑인민권증진을 위한 「가톨릭」단체 「요셉」회에 가담했다. 전후 이두저항신부는 「프랑스」의 「카톨릭」전위파「인종평등회의」(CORE), 동구의 지하교회의 영향을 받으면서 65년께는 이미 월남전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남미를 다녀온「대니얼」은 그곳의 극심한 사회불의에 분노를 느껴 더욱 급진화했다. 한편 「필립」도 『흑인은 그들이 받는 고통 때문에 오히려 백인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설파했다. 그리곤 「러스크」국무, 「맥나마라」국방장관 집 앞에서 「데모」도하고 징집영장을 불태우기도 했다.
여기엔 「대니얼」도 가담, 유명한 「카튼즈빌·나인」사건이 벌어졌다.
『월남에서 어린이가 불타 죽는덴 꼼작도 안 하면서 영장이 불탄다고 이 야단이냐』고 주장하다가 형만 더 받았다.

<"예수도 혁명가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크리스천」혁명사상이 풍미하고 있는걸 이들은 알고 있다. 특히 66년 피살된 「콜름비아」의 「게릴라」신부 「카밀로·토레스」가 『시범』(?)한 이후 기독교신학이 혁명적 폭력을 논의하려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 전위신학은 『「예수」가 사실은 혁명가』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반「나치스」목사 「디트리히·본회퍼」와 「리처드·숄」을 지적한다.
이들의 사상적 제자는 늘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같이 기소된 「엘리자베드·매컬리스터」(31) 수녀가 그 본보기.
『비폭력 수단이 무용해질 때 남는 수단은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그녀의 질문엔 중대한 문제성이 담겨있는 것이다. <외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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