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패턴」을 바꾸는 새 가치관-「인간성회복을 욕구 하는 시대」의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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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0년대는 인간성회복의 연대로 일컬어진다. 난숙한 물질문명에 의해 소외됐던 인간을 되찾는 연대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사회·경제를 지배해 온 가치관은 변혁돼야할 운명에 있다고도 한다. 「리처」「피츠버그」대 교수는 『서기 2천년까지 가치「랭킹」이 높아질 것으로는 「레저」·사회적 정의·지성·자연·인간의 존엄 등이 있고, 반면에 떨어지는 것은 가정의 평화와 합리주의』라고 밝히고있다. 이는 물질주의에서 정서주의로 가치관의 좌표가 전환됨을 뜻하며 인간성회복에의 요구가 강력히 대두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렇듯 물질적인 풍요에 이어 보람있는 생활을 찾자는 가치관의 변화는 기업경영면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마키팅」에는 두 가지 큰 변화가 나타나고있다.
첫째는 소비자주의를 바탕으로한 새로운 「마키팅」활동의 대두다. 「피터·드러커」에 의하면 「마키팅」은 파는 쪽의 목표에 의해 세계를 보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으나 이제는 사는 쪽의 목적으로부터 「비즈니스」를 봐야하며 이것이 소비자주의라고 설명되고 있다.
종래의 개념으로 보면 기업은 자사제품의 결점을 감추고 매력만을 과잉 선전하여 사고를 유발하는가하면 기술혁신의 진척으로 제품과 소비자능력간의 불균형이 확대돼왔다. 이런 점을 시정하기 위해 소비자의 의사를 직접 제품생산계획에 반영하는 새로운 「마키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기업과 사회문제와의 관계를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하는 경향이다.
공해 문제가 「클로스·업」된 것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인류복지와의 조화 등에 중점을 둔 기업활동이 중요시된다. 이처럼 경제의 내부에 인간중심의 가치관이 태어난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하나는 인간욕망의 변화다. 인간의 욕망에는 3단계가 있다. 제1단계는 의식주와 관련된 생존욕망, 2단계는 쾌적한 생활을 위한 생활환경의 정비, 즉 가정전기용품·자동차 등을 갖고 싶어하는 오늘의 욕망이다. 그리고 3단계가 정신적인 안정, 보람있는 삶을 추구하는 고차적인 창조의 욕망이며 이 욕망이 지금부터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산업활동의 거대화다. 70년대의 산업사회(잴브레이드 교수)는 기업규모의 거대화로 인해 기업활동은 그 주변 뿐 아니라 전체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앞으로의 기업활동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영향을 생각지 않을 경우, 사회로부터 거부당하며 따라서 70년대의 산업·기업경영은 인간생활중심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에 입각하여 재편돼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선진국의 경제학자들은 「제2의 상업혁명」이라고 부르고있다.
첫 산업혁명이 물질적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을 가능케 했다면 제2의 산업혁명은 상실되려는 인간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이러한 제2의 산업혁명에 의해 산업계의 총아로 등장할 미래의 주역에는 세 가지가 있다.
ⓛ경경정비산업=미국의 미래학자 「허먼·칸」에 의하면 미국의 대기 및 물의 오염방지 경비로는 앞으로 2백억「달러」이상이 필요하다.
작년에 「닉슨」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앞으로 10년간 하천오염방지에 1백억「달러」를 투입한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 미국산업계가 공해방지설비에 투자하는 것만도 연간 5억4천7백만「달러」에 달해 환경정화산업시장은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②환각산업=정신적인 풍요, 감각적인 쾌적함을 충족시키는「패션」「레저」산업과 「카운슬링」등의 시장이 확대된다.
특히 「레저」산업은 「볼링」장·「호텔」등 「하드·웨어」 중심에서 여행「세트」의 개발, 「레저」상담 등 「소프트·웨어」로 옮겨갈 것 같다.
③안전산업=유해식품·결함상품·자동차사고 등이 범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산업이 크게 각광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자연식품생산업, 안전「시스팀」을 기획하는 산업 등이 연간30억「달러」의 큰 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보험회사 등 안전에 관련된 산업도 성장산업으로 꼽힌다.
물론 가치관의 변화는 산업뿐만 아니라 기업내부의 경영에도 변혁을 가져온다.
첫째 기업경영은 주주와 종업원에 대해서만이 아니고 사회전체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하며, 둘째는 창조성을 발휘하는데 주력, 정보공해를 방지하고, 세째는 기업활동이 소비자와 사회정의의 입장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이 당장 겪어야할 변혁은 아닐지도 모른다.
선진국의 미래학자들이 공해문제로 시끄러울 때 동남아개발도상국 관계자들은 공해에 파묻히더라도 공업화를 이룩했으면 좋겠다고 신랄히 꼬집기도한 점은 각국의 입장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중공업화의 정책방향이 의도대로 성공한 다음에는 반드시 기성가치관에 대한 도전이 제기될 것이며 일부분야에서는 이미 시작되고있다고 보아 잘못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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