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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뉴파워 30代 소비를 점령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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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뉴 서티족'이라 불리는 새로운 30대가 소비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나이로 따진다면 30대 초.중반으로 흔히 30~35세까지를 일컫기도 한다.

이들은 고도성장이 시작된 1960년대 후반 이후 출생해 비교적 풍족한 학창시절을 보낸 세대다. 또 10대 후반에서 20대 때는 신세대→오렌지족→X세대 등 수많은 신조어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해외유학.어학연수 1세대로 기존의 어느 세대보다 패션에 민감하다. 그들은 이제 30대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안정된 경제력까지 갖추게 돼 소비시장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젊은 VIP 고객 마케팅을 크게 강화했다. 최근 이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명품.수입화장품을 주로 다룬 패션잡지까지 만들어 20대 후반~30대 초반 5천명에게 무료 발송했다.

◇소비시장의 '로열세대'로 등장=현대의 최대고객은 1998년까지 경제력이 탄탄한 40대 초.중반이었다. 이후 30대 초.중반 연령층들의 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지더니 급기야 지난해부터는 40대를 제치고 핵심 구매 고객으로 부상했다.

할인점인 이마트의 최대 고객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이마트 고객분석 자료에 따르면 30대 고객은 전체의 49.6%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3%가량 늘어난 수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30대가 부동의 최고자리를 굳히고 있다.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터파크 매출의 41.9%를 30대가 구매해 20대(37.2%)를 앞질렀다.

이들의 왕성한 소비력은 유통가의 판도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백화점들은 매장 개편 때마다 이들을 겨냥한 신규 브랜드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또 인터넷에 익숙한 뉴 서티들의 소비 증가로 온라인 쇼핑몰의 활황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반면 이들의 관심권에서 먼 재래시장은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황에도 끄떡 안해=백화점들은 올해 불경기속에서도 뉴 서티들을 겨냥한 고급 브랜드는 판촉을 더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이선대 과장은 "매장에서 정장보다 캐주얼 브랜드가 늘어나고, 40~50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골프의류들조차 점차 패션화.저연령화하는 것도 이들 뉴 서티들의 힘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수입 골프브랜드 '미에꼬우에사꼬'는 기존의 점잖은 골프 브랜드와 비교할 때 제품 디자인이 파격적이다. 수컷과 암컷 한쌍의 강아지 캐릭터를 활용한 귀여운 디자인을 선뵈고 있다.

색상도 다채로워 뉴 서티 골퍼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는 게 백화점측의 설명이다. 신세계 강남점도 이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40%에 이르렀다. 기존 브랜드보다 2~4배나 높은 것이다.

최근 백화점마다 고가 유아복.완구 브랜드의 입점이 봇물을 이루는 것도 이들의 영향이 크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자녀에게도 입히고 싶어하는 뉴 서티들의 성향 때문이다.

학창시절 '폴로매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뉴 서티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캐주얼 브랜드 '폴로'가 대표적인 경우다.폴로의 아동용 수입 브랜드인 '폴로 키즈'는 지난해 3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같이 폴로 키즈가 잘 팔리자 최근에는 여아들만을 위한 '폴로 걸즈'도 등장시켰다.

폴로 마케팅담당 김선혜 대리는 "폴로에 향수를 갖고 있는 30대들을 겨냥한 본격적인 골프 브랜드도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크로스오버'형 쇼핑=최근 개점한 이마트 공항점은 뉴 서티를 겨냥한 대표적인 매장이다. 30대 맞벌이족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할인점과 함께 어린이 전문사진관.애견숍.인테리어숍 등 부문별 전문점 60여개를 함께 입점시켰다. 시간에 쫓기는 젊은 부부들에게 '원스톱'쇼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게 적중했다.

공항점은 주말이면 쇼핑객이 몰려 주차장에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 주차대수 1천1백대 규모로 전국 이마트 중 가장 크지만 입구에서 30분~1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에 따라 공항점의 최근 주말 평균 매출은 하루 10억원선으로 이마트 전국 1,2위 점포에 맞먹는다.

매출 목표도 개점당시보다 20%이상 늘려잡고 있다. 신세계 김대식 과장은 "뉴 서티들은 예전의 부유층처럼 일방적으로 명품.고급품만 구매하지는 않는다"며 "백화점 명품숍에서 산 구두에 할인점 캐주얼 코너에서 구입한 바지를 함께 입는 이른바 '크로스오버(장르혼합형)'형 소비가 뉴 서티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의 이현정 과장은 "뉴 서티처럼 가격에 민감한 연령층도 없다"며 "수십만원대 명품을 주저없이 구매하면서도 불과 몇천원을 아끼려고 인터넷쇼핑몰을 뒤지는 것도 뉴 서티"라고 말했다.

글=조민근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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