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대학입시 오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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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학의 좁은 문을 들어서려는 입시경쟁이 또다시 시작됐다. 올해에는 많은 수험생들이 안전위주로 지망학과를 선택하고 예비고사 낙방자들이 예·체능 계에 집중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에서 전공할 학과의 선택은 그 젊은이가 나아갈 일생의 진로 또는 직업의 범위를 결정짓는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특정한 대학에 들어가려하든가 비교적 「커틀라인」이 높은 학과를 선택함으로써 「프라이드」를 만족시킨다는 말도 흔히 듣는다.
장래에 대한 직업적 전망이나 자기의 소질, 적성 등은 도외시하고 지망학과를 선택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지도하는 학부형이나 고교선생님들, 더 나아가서는 이 사회전체의 가치기준도 재고의 여지가 있겠다.
근래 서울대학교가 10개년 계획에서 내세우고 있는 계열별 학생모집이라는 방법도 이 같은 지원추세에서 나온 결과의 하나라고 보겠다. 이밖에 대학에서 학과별 정원을 폐지하고 그 대학의 정원만을 정하여 입학 후 전과의 길을 터놓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는 필답고사뿐만 아니라 면접고사를 중요시하여 학생의 소질, 적성을 충분히 가려내어 평점을 내는 방법도 있겠다. 예비고사의 낙방자들이 예·체능 계에 집중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지만, 이것이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보자. 이들 학과의 졸업생들은 대부분이 교사자격증을 얻어 후진양성에 나서게 되는데, 이들이 예비고사에 합격할 실력조차 없는 학생들이라면 이들에게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예·체능 계의 응시자격을 예비고사합격자로 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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