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링계에 충격일으킨 늙은 곰 리스튼의 죽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프로·복싱 전세계 헤비급 챔피언이며 늙은 곰으로 불려지던 소니·리스트(38)의 의문스러운 사망은 링계의 충격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세계복싱계에서 수수께끼의 사나이로 불릴 정도로 명암속에 살아온 소니·리스튼은 라스베이거스의 자택에서 그가 이미 사망한지 일주전이었다고 검시관이 밝혀 죽음 자체마저 숱한 의혹을 낳고 있다.
1932년5월8일 아칸소의 흑인 빈민가인 지틀로크에서 13명의 자녀중 넷째아들로 태어난 그는 가난해서 학교라곤 문턱에도 가보지 않은 일자무식이었으며 어려서부터 목화따기등 험한 노동에 종사해왔다.
13세때 돈을 벌기위해 무작정 집을 떠난 그는 강도·폭행·무기불법소지등 얼룰진 이력을 갖고 21회나 교도소에 드나들며 복서이기 이전에 건달로 뒷골목을 누벼왔다.
그가 복싱을 시작한 것은 18세때 세인트루이스 한 주유소에서 물건을 훔친 죄로 투옥돼 5년 징역을 받고 29개월을 복역한 뒤 알로이·스티븐슨 신부의 권유에 의한 것.
21세때 형무소를 풀려나온 그는 곧 프로·복싱계에 투신, 레프트·잽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을 KO시킬 수 있는 철권의 소유자라는 평을 들으며 33연승을 장식하고 마침내 62년9월25일 당시 세계헤비급챔피언 프로이드·패터슨에게 도전, 1회에 KO로 때려뉘어 10여년동안 천대와 괄시만을 받아오다 마침내 영광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때 리스튼은 건달·깡패·무식한 놈이라는 일부 지식층의 혹평을 받기도했으나 챔피언이 된후 『참회하여 새사람이 되겠다』며 그의 밝은 생애를 다져왔다.
1963년 패터슨과의 리턴·매치서도 1회에 KO시켜 지구상의 철권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1964년2월25일 떠버리 캐시어스·클레이와의 타이틀·매치에서 9-1이라는 우세한 예측속에 뜻밖에 7회에 TKO패를 당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 뒤 1965년5월25일 클레이가 WBA로부터 선수권을 박탈당하기까지한 리턴·매치에서 리스튼은 1회에 KO당해 재기는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인간기관차라는 별명은 클레이에 의해 늙은 곰으로 바뀌어졌다.
리스튼은 클레이에게 KO당한지 1년후인 l966년 재기하여 14연속KO승을 올리고 헤비급 랭킹에 복귀할 무렵 1969년12월 레오티스·마틴에게 KO패, 50승(39KO) 4패의 전적을 남기고 링을 떠나고 말았다.
정확한 자기 나이조차 모르며 『참회한다』고 할 때 참회라는 단어를 모른 일자무식한 수수께끼의 사나이 리스튼은 4차의 타이틀·매치로 3백84만7천2백72달러(한화 약12억3천만원)를 벌어들여 그의 부인 제럴딘여사와 함께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왔으며 취중운전으로 신문의 톱을 장식하기도 했으며 지난번 추수감사절때 교통사고로 다쳐 최근까지 가슴이 아프다고 말해왔다 한다.
그의 죽음은 아리송하기만 하지만 링계의 허다한 미스터리를 낳은 리스튼은 그의 죽음마저 의혹을 낳고 사라졌다. 【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