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간회복위한 캠페인|인큐베이터실의 간호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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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 중구태평로2가 S병원 인큐베이터·룸의 간호원 15명은 미숙한 생명을 키워 살리는 제2의 생명을 창조하는 사람들. 이 병원 수간호원 이용희씨(35)가 이끄는 팀은 지난 7개월동안 1백20명의 조산아를 인큐베이터(조산아보육기)에 들려보냈다.
그동안 실패한 것은 9명, 6%의 실패율이다.
11년간 소아과간호원 경력을 지닌 이씨는 인큐베이터로 조산아를 살리는 일이 『생명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조산아라도 반드시 살릴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의학이 요즘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임신 2백일 전후에 태어난 팔삭둥이가 자연상태에서 정상발육을 기대할 수없어 조산아는 죽는 것으로 생각해 왔으나, 인간의 지혜와 과학문명의 발달은 이들 버려진 생명에게도 구원의 손길이 뻗게된 것.
인큐베이터는 온도와 습도를 모체의 그것에 가깝도록 만들어진 인공자궁이다. 인큐베이터를 지키는 간호원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몸무게 9백10g의 7개월짜리 조산아를 입원 80일만에 1천6백g으로 기르는 것이다.
지난해 10월16일 최희옥씨(28.가명)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사내아기는 입원 1주일안에 체중이 8백20g까지 줄어들어 숨쉬는 핏덩이게 지나지 않았다. 수간호원 이씨는 처음 이 아기를 맡았을 때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부모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기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씨는 손발과 얼굴을 겨우 가릴 수 있는 핏덩이에게 관장으로 대변을 받아내고 온수찜질로 소변을 누게 했다. 가느다란 호스를 코로 넣어 위에 닿게하여 주사기로 우유를 흘러 넣었다. 아기는 태어나서 처음 1주일동안 자기 체중의 10% 안팎이 줄어드는데 이때가 생사의 갈림길. 이씨와 동료간호원들은 하루 3교대로 24시간 최군의 인큐베이터를 지켰다.
아기의 몸짓, 우는 소리, 맥박, 호흡, 대소변의 양과 빛깔등 모든 움직임이 하나하나 차트에 기록되고 담당의사는 이에 따라 처방을 내렸다. 하루 한 번씩 올리브유로 몸을 닦아주고 기저귀를 갈아채우는등 친엄마라도 따르지 못할 정성으로 보살핀 보람이었다. 아기는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 『마치 하나의 생명을 건진 듯한 기쁨에 넘쳤었다』고 이씨는 그때를 되새겼다. 또 Y대학교부속병원 인큐베이터.룸에 근무하는 간호원들은 야단스런 사랑보다는 정확하고 냉정한 정성을 기울여야한다고 했다. 아기가 귀엽다고하여 의사의 지시를 어기고 우유를 지정량보다 많이 먹인다면 결과는 아기를 해치는 것이 된다는 것. 이들은 철저한 소독과 끊임없는 관찰 그리고 내자식처럼 돌보는 인간애같은 것이 몸에 배어야 한다고 했다.
조산아는 특발성 호흡장애.흡인성폐염.설사.황달등 각종 질병에 특히 약하고 인큐베이터내의 온도와 습도가 세균의 번식에 이상적이므로 철저한 소독을 통해 외부로부터 세균침입을 막고 있다. S병원의 황정순씨는 『꼭 살려야 했을 외아들을 실패했을때는 아이의 부모들에게 몸둘 곳을 몰랐고 죽었다는 소식을 부모들에게 알리는 순간이 괴로왔다』고 말했다.
황씨는 인큐베이터를 지키는 간호원이 되고 난뒤부터는 『생명의 값어치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가 몸에 익혀서 간호를 맡을 때마다 비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생명의 싹을 지키는 따뜻한 나이팅게일정신이 있어야만 목숨은 더욱 보호되는 것-. <김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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